경찰이 삭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가공무원인 그들이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집단 삭발은 극단의 표현이다. 종교 의식 등 여러 의미가 있지만, 삭발은 일종의 항명으로도 간주된다. 삭발하는 경찰들은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발이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불만이 커도 삭발을 공개하며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 국가 기강을 어지럽히는 일이다.

국가공무원법 제56조는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공무원은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제63조).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제66조). 경찰관들은 성실·품위유지의 의무를 다해야 함은 물론 집단행위를 할 수 없는 공무원들이다.

"경찰은 엄격한 근무기강과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에 의해 운영되는 특수한 조직"이다. 과연 일과시간에 국민 앞에 몰려나와 머리를 미는 것이 합당한가? 그들은 삭발식이 경찰관들의 체면·위신은 물론 조직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모른다면 공권력을 집행할 자격이 없다. 알고도 그랬다면 징계를 받아야 한다.

대법원은 2010년 서울의 경찰서장이 한 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라디오방송에서도 인사 불만을 터뜨린 것은 징계사유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서장의 행동이 "제도 개선을 위한 건전한 제안·비판을 넘어 경찰의 위계질서 문란케 하고 조직 결속을 저해했다"며 "국민들이 경찰 전체의 공정성·신중성을 의심토록 하고 신뢰를 추락시켰으며 경찰의 정상 직무수행을 저해했다"고 밝혔다. 또 내부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의 행동으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서장의 근무시간 언론 접촉을 매우 심각한 일탈로 본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이 이럴진대 삭발 경찰관들의 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조직의 일은 조직 내부에서 정상 과정·절차를 거쳐 풀어야 한다. 경찰이 운동권 세력들의 흉내를 낸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그들의 법 집행을 따를 것인가? 빨리 삭발식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도 경찰의 불만을 충분히 듣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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