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39· June Huh)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필즈상’(Fields Medal)을 수상했다. 한국 출신 수학자 최초다. 5일(핀란드 현지 시간)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시상식이 열렸다.

1936년 캐나다의 수학자 존 찰즈 필즈의 유언에 따라 그 유산을 기금 삼아 만들어진 이 상은 세계수학자대회에서 4년마다 수여하는 해당 학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40세 미만의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기존의 성취와 미래적 기대가 어우러진 상이기도 하다.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함께 1만5000 캐나다 달러(약 1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허 교수 외에 3명이 공동 수상했다(우크라이나의 마리나 비아조우스카 등).

허 교수는 현재 미국 국적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석사까지 마쳤다. 2007년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물리천문학부 학사, 2009년 같은 학교 수리과학부 석사(대수기하학), 2014년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학길에 오른 이후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 등 오랜 수학 난제들을 하나씩 증명하면서 학술적 명성을 높여왔다. 리드 추측은 채색 다항식을 계산할 때 보이는 계수의 특정한 패턴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1968년 제기된 수학계 난제의 하나였다.

허 교수의 부친인 고려대 통계학과 허명회 명예교수는 "나도 수학계 일원이기에 자부심을 느낀다" "수상으로 들뜨지 않고 꾸준히 정진했으면 한다"고 육친이자 학문동지로서의 소감을 전했다.

허 교수의 석사과정을 지도한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도 기뻐했다. "40세가 되기 전에 그토록 많은 난제들을 해결한 걸 보면 누구든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을 받고도 남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쁘고 꿈만 같다."

허 교수와 ‘고타 추측 ’ 연구를 함께 한 에릭 카츠 미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를 비롯해 국내외 학계의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하승열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이번 수상이 2010년도부터 서울대에서 노벨상·필즈상 급 석학을 초빙해 학생과 교류하게 한 성과"라며, "우리 민족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금종해 대한수학회 회장 겸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는 "허 교수 연구의 많은 부분이 고등과학원에서 이루어졌다" "올해 2월 1일 국제수학연맹이 한국수학의 국가등급을 최고등급 5그룹으로 상향한 데 이은 쾌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