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이인철

미디어는 현실을 그대로 전달하기보다는 이야기(narrative)로 만들어서 보여준다. 익숙한 인물이 등장해 공감을 하게 하는 이야기는, 염원을 해결하는 해피엔딩이나 그밖의 해결책과 함께 전달된다. 세상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수단인 미디어는 이야기를 통해서 현실을 바라보게 한다.

광고의 경우도 이목을 끌면서 이해를 돕도록 이야기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설명한다. 가장 밀접하게 이야기를 접목한 분야는 게임이다. 가상세계에서 일정한 규칙 하에 현실을 대체할 정도의 체험을 제공하는 게임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야기다.

뉴스룸에도 작가가 있어서 뉴스를 이야기로 구성하기도 한다. 탐사보도가 사실 제시보다 이야기 형식에 치우치다 보면 진실성 논란이 제기된다. 정보 소비의 시대에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미디어는 이야기 형식을 사용한다. 그래서 사실과 이야기의 구분이 쉽지 않다. 미디어가 전하는 이야기가 사실과 충돌할 경우에 해석과 평가가 필요하다.

이야기는 가공된 현실을 제공해 선택을 하게 한다. 건국신화가 하나의 국민을 만들 듯이, 이야기는 공동체를 만든다. 모두를 하나로 연결해서 함께 살아가는 장을 만든다. 미디어로 연결된 공간은 우리의 이야기를 채우는 공간이다,

미디어가 제공하는 이야기로 만들어진 세상이 존재한다. 미디어는 우리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우리는 이야기에서 상대방과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이야기는 현실에 발을 내딛게 하는 힘을 준다.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은 자신이 선택한 이야기이며, 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선호를 확인할 뿐이다. 어떤 이야기가 나의 삶을 만들어 왔으며, 만들어 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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