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목회자 2명, 최근 구금됐다 석방된 것으로 알려져
“교인들 모여 예배드릴때 무장한 사람들 들이닥쳐 협박”
점령당국, 교회 등록서류 원본 가져간 후 불법이라 주장

이번에 러시아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된 마리우폴의 네 교회 가운데 하나인 구세주 그리스도 교회. /VOMK
이번에 러시아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된 마리우폴의 네 교회 가운데 하나인 구세주 그리스도 교회. /VOMK

“러시아 당국자들과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의 바잘리예프카 교회를 비롯한 도네츠크 지역의 3개 교회, 즉 마리우폴시에 있는 중앙 침례교회와 구세주 그리스도 교회, 그리고 만후쉬에 있는 한 교회에 들이닥쳐 수색하고 장비를 압수하고 문서를 요구하는가 하면 교인들을 건물에서 강제로 내쫓았습니다.”

지난 5일 현숙 폴리 한국 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VOMK) 대표는 러시아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된 우크라이나 지역에 있는 4개의 개신교 교회가 현재 탄압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VOMK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목회자 두 명이 최근 구금되었다가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숙 폴리 대표는 “그 지역 교회 지도자들이 기도를 요청하고 있다”며 “지난 3월 마리우폴 중앙침례교회는 순교한 성도 2명의 장례식을 거행했다. 이 2명의 성도는 다른 성도 3명과 함께 마리우폴이 공격당했을 당시 교회 지하실에 피신했던 시민 200명을 보살피고 필요한 물품을 배급하며 사역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탄 승합차가 러시아군의 수류탄에 맞는 바람에  5명 모두 숨졌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마리우폴은 러시아의 통제를 받고 있다”며 “교회 건물은 파괴되고 지하실만 남아 있다. 지난 6월 12일 일요일에는 100명 남짓 남은 교인들이 모여 예배드렸는데 갑자기 무장한 사람들이 들이닥쳐 협박하며 교회의 등록 서류를 요구했다고 한다. 정말 안타깝게도 그들은 원본 서류를 가져갔다”고 했다.  

/VO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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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MK에 따르면 지난 6월 15일~16일에 당국자들이 마리우폴에 있는 구세주 그리스도 교회의 한 사역자를 찾아가 교회의 등록증을 제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 사역자가 교회 지도자가 등록증을 갖고 있는데 현재 그 지도자가 도시에 없다고 대답하자 당국자들은 교회 등록증 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의 사무실을 방문하라고 지시했다. 사역자는 당국자들의 사무실을 방문했고, 다행히 당국자들은 더 이상 질문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리우폴에서 30km 떨어진 만후쉬 마을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지난 6월 15일~16일 러시아 군대는 이곳 성도들을 기도원과 재활 센터에서 강제로 몰아냈다. 또 바잘리예프카에 있는 교회의 사역자도 같은기간 러시아 당국자들의 방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정보부 요원 몇 명이 기도의 집에 들어오더니 거기 있던 사람들 명단을 다 기록했고, 이제 교회도 폐쇄할 것이며 집회도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지도자들의 사택을 수색한 뒤에 조사 명목으로 노트북과 핸드폰을 가져갔습니다. 정보부 요원은 이렇게 하는 것으로 조사가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와 가족들을 돌보시고 보호해 주시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지역의 교회 지도자 두 명도 구금됐다가 풀려났다. 자포리지야 지역 방위본부는 바잘리예프카에 있는 한 침례교회를 담당하는 니콜라이 졸로반 목사가 지난 6월 18일 당국에 구금됐다가 풀려났다고 발표했다. 또한 그 지역 수의사이기도 한 멜리토폴 생명의근원교회 발렌틴 주라블레프 목사도 같은날 도시 광장에서 열린 비정치적 초교파 공개 기도회에 참가했다가 무장한 러시아 군인들에게 구금됐다가 풀려났다.

러시아 군인들에게 구금되었다가 풀려난 것으로 알려진 발렌틴 주라블레프 목사. /VOMK
러시아 군인들에게 구금되었다가 풀려난 것으로 알려진 발렌틴 주라블레프 목사. /VOMK

현숙 폴리 대표는 “이 지역 교회들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계속 교회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며 “현지 성도들은 교회 건물을 사용 가능한 상태로 재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건축 자재와 전기도 부족하고 외부와 소통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렵다. 그 지역을 점령한 러시아 당국이 미국이나 유럽, 우크라이나를 통해 들어오는 인도적인 지원을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러시아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현재 마리우폴의 성도들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모든 마리우폴 지역의 모든 교회가 탄압받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 교회의 지도자는 VOMK에 자신들은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괴롭힘도 당하지 않았다고 알려왔다. 이들은 자유롭게 예배드릴 수 있고, 훼손된 건물을 복구하는 다른 교회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다른 현지 교회의 지도자는 그 지역을 점령한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등록된 교회들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점령 당국은 비등록 침례교회처럼 우크라이나 정부에 등록되어 있지 않는 교회들에는 간섭하지 않는 것 같다”며 “마리우폴 지역 교회 지도자들은 점령 당국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등록된 교회들을 불법으로 간주한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의 한 교회 감독은 “점령 당국이 등록 서류를 요청하는 경우, 원본을 절대 넘겨주지 말아야 한다”고 지역 교회 사역자들에게 충고했다. VOMK는 대신에 교회들이 교회 직인과 담임 목회자의 서명이 날인된 등록 서류 사본을 준비해뒀다가 당국이 요청하면 제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점령 당국이 원본을 가져간 다음 해당 교회가 적법하게 등록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숙 폴리 대표는 “등록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그 지역의 교회들에는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며 “2014년 친러시아 세력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서 소위 인민공화국을 선포한 이후 그 지역 개신교 교회들은 당국에 등록을 해야 하고, 당국이 요청하면 등록필 사본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VOMK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신실한 증인의 사명을 계속 담당하고 있는 현지 교회와 성도들 개개인에게 긴급 지원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기독교인 긴급 구호 프로젝트에 동역하고자 하시는 한국 교회나 성도는 아래 방법 가운데 한 가지를 이용하면 된다.

웹사이트: www.vomkorea.com/donation(납부유형서 ‘순교자 및 수감자가정지원사역’ 선택)                  
계좌이체: 국민은행 463501-01-243303 예금주: (사)순교자의 소리 (본인 성명옆 ‘우크라이나’라고 기입. 그렇지 않으면 일반 후원금으로 사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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