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모두 제작비 200억 넘는 대작
코로나 엔데믹에 '문화 생활' 숨통...'범죄도시2' '탑건2: 매버릭' 흥행도 관심

코로나 엔데믹이 되고 모두들 숨통이 좀 트였다. 비로소 ‘문화’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영화 쪽에서 그 시선을 끌고 간 첫 작품은 ‘범죄도시2’다. 한국 오는 게 즐겁다는 톰 아저씨 톰 크루즈의 ‘탑건2: 매버릭’도 날갯짓이 거세다. 이 두 영화가 페이스메이커가 될지 아니면 스스로 왕좌를 차지하게 될지는, 맹렬하게 워밍업을 시작하고 있는 영화 4편에 달려 있다.

올여름 ‘텐트폴 무비’(Tentpole Movie:흥행 성공을 보장할 간판영화)가 될 한국영화는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그리고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다. 7월 20일부터 시간차 개봉에 나설 이 4편은 모두 제작비가 200억원을 넘는 대작인 데다가 톱배우들이 호화롭게 진을 치고 있다. /글 유청 영화칼럼니스트

외계+’ 1: 외계인과 고려 도사들의 만남

영화 '외계+인' 중 소지섭 출연 장면.

만약 지구에서 외계인 죄수를 가둬야 한다면 어디에 가둘까? 최동훈 감독의 상상력은 인간의 ‘몸’이다. 그리고 이 죄수를 감시하는 것은 6년 만에 영화에 등장하는 김우빈이다.

‘외계+인’은 고려시대와 2022년 현재를 넘나든다. 고려말, 소문 속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린다. 시간은 교차되고 인물들은 넘나든다. 영화에서 고려 쪽은 류준열·김태리, 2022년은 김우빈·소지섭이 책임진다.

최동훈 감독이 도사를 영화에 등장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우치’에서 이미 조선의 악동도사 강동원이 도포자락 휘날리며 2009년 서울거리를 활보했다. 최 감독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 도술의 세계와 SF적인 세계가 만났을 때,이질적인 결합이 주는 묘미가 있을 것 같았다"고 5년 전부터 시작된 이 영화의 출발점을 밝혔다.

영화는 1, 2부로 나눠 동시에 촬영을 진행했다. 순제작비는 1,2부 합해 약 400억 원 정도. 총 247회차를 1년 넘게 촬영한 덕에 제작사 케이퍼필름은 스태프들에게 퇴직금도 지급했다고 한다. 2부는 1부 흥행 결과를 보고 내년 설이나 여름 즈음에 개봉일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개봉 7월 20일·장르 액션 판타지·상영시간 142분·등급 12세 관람가.

한산: 용의 출현젊어져서 돌아온 이순신 장군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중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은 배우 박해일 출연 장면.

2014년 영화 ‘명량’에 등장했던 이순신 장군이 젊어져서 다시 왔다.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의 후속작이자 프리퀄이다. ‘명량’에서 이순신을 연기한 묵직한 최민식 대신 박해일이 선비형 젊은 이순신을 연기한다.

명량해전 5년 전 1592년 음력 7월 8일 한산도 앞바다, 조선의 운명을 건 지상 최고의 해전이 펼쳐진다. 임진왜란 7년 전쟁 중 최초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한산해전은 조선의 운명을 바꿔 놓는다.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백성들의 열망에 불을 지폈고 전국 곳곳에서 의병들을 봉기하게 한다.

김한민 감독은 "임진왜란은 전대미문의 사태였고, 사변이었다. 조선이 수세에 처해있던 상황에서 전라좌수사 이순신이 전황을 반전시키는 전투가 바로 한산해전이다"라고 ‘임전의지’를 밝혔다.

‘명량’은 전투장면과 배 전체를 훑어가는 트래킹 샷 등으로 기억에 남았다. ‘한산’ 역시 거북선이 용처럼 불을 뿜는 치열한 대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관객들에게서 ‘감동’‘애국’이라는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온다면, 영화는 성공이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 ‘한산’ ‘노량’의 연작을 통해 이순신과 임진왜란을 완결할 예정이다. 개봉 7월 27일·장르액션 드라마·상영시간 129분·등급 12세 관람가.

칸 남우·칸 여우의 긴장 절정 비상선언

영화는 ‘비상선언’ 중 전도연 출연 장면.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다.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한국배우와 남우주연상을 받은 한국배우가 출연하는 한국영화를 보는 일 말이다. 이 일을 만든 건 한재림 감독, 영화는 ‘비상선언’이다. 전도연은 ‘밀양’으로, 송강호는 ‘브로커’로 각각 칸 여우·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비상선언’의 소재는 새롭지 않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마르고닳도록 봐온 닫힌 공간 재난영화다. 그래서 출연 배우들이 중요하다. 송강호·전도연에 이병헌까지 합세하면 추락하는 비행기에도 날개를 달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이 영화가 텐트폴 무비에 속하는 이유다. ‘캐스팅만으로도 2천만 영화’는 되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인천에서 하와이를 향해 이륙한 항공기에서 원인불명 사망자가 나오고 비행기 안은 물론 지상까지 혼란에 휩싸인다.과연 항공기, 탑승객들은 구해질 것인가. 라인업만 보면 구해져야만 한다. 왜냐, 송강호가 베테랑 형사팀장, 전도연이 국토부 장관이다. 여기에 이병헌이 딸의 치료를 위해 비행기에 탑승한 아버지 역을 맡는다. 재난영화의 기본 매력은 긴장감과 더불어, 같은 상황에 대응하는 인간들의 다른 모습을 본다는 것에도 있다. 제작비 250억 원을 들인 이 영화는 생생한 현장감과 스릴을 주기 위해 100% 핸드헬드로 촬영했다. 개봉 8월 3일·장르 재난 드라마·상영시간 141분·등급 12세 관람가.

이정재·정우성의 콤비플레이 헌트

영화 ‘헌트’ 중 이정재 출연 장면.
영화 ‘헌트’ 중 이정재 출연 장면.

마침 한재림 감독이 등판했으니, 그의 영화 ‘관상’ 한 장면을 돌이켜보자. 화면에 누군가의 정수리부터 얼굴-바스트-전신이 등장한다. 영화 속 수양대군이고 배우 이정재다. 이정재는 이 장면 하나로 신 스틸러가 됐다. 유명한 대사도 있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이정재는 2022년 왕이 될 상이었던 것 같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미국배우조합상 등을 수상했다. 그 이정재가 ‘헌트’로 감독 데뷔를 한다.

‘헌트’의 배경은 제5공화국이다. 현 국정원이 안기부로 불리던 시절, 해외팀과 국내팀은 한 작전에 투입된다. 조직 내 스파이 색출작전이다. 감춰진 실체를 향해 경쟁적으로 다가가던 두 사람은 대한민국 1호, 전두환 암살사건과 맞닥뜨린다.

장영자 사건· 아웅산 테러 사건 등이 사회적 배경을 이루는 가운데, 정우성과 이정재가 연기 합을 이루며 드라마를 형성한다. 관객들이 원하던 투샷이다. 두 배우가 영화에 함께 출연하는 것은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이다. 제작비 200억 원은 거의 액션 장면에 쏟아부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개봉 8월 10일·장르 액션 드라마·상영시간 1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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