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축하할 일이다. 한국계 수학자인 허준이(June Huh·許埈珥·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5일 한국인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Fileds Medal)을 수상했다.

필즈상은 미국·유럽에서 대부분 수상자가 나왔다. 수학의 역사가 깊기 때문이다. 동양에서는 인도를 제외하고 수학이 발달하지 못했다. 고대 중국은 산학(算學)이 발달한 반면 수학·기하학은 거의 전무했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을 받은 아시아 국가는 일본 3명, 중국 1명이다.

허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국내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허 교수의 부친은 고려대 통계학과 허명회 명예교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허준이 교수는 어릴 때 수학에 재능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시인이 되겠다며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대학에 들어가 뒤늦게 수학에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필즈상 수상자인 일본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가 서울대에 개설한 수학 강의를 들은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허 교수는 히로나카 교수의 조언에 따라 수학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2014년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허 교수는 수학계의 난제로 알려진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을 하나씩 증명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필즈상 선정위원회는 "대수기하학(代數幾何學)의 도구를 사용해 여러 조합론(組合論) 문제를 풀어 ‘기하학적 조합론’을 발전시킨 공로로 허준이 교수에게 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조합론과 대수기하학에 웜홀을 연결한 것과 같은 엄청난 성과"라고 평가했다. 웜홀은 블랙홀(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중력장)과 화이트홀(모든 것을 뱉어내는 척력장)을 잇는 통로를 말한다. 조합론을 대수기하학 방법으로 풀었다는 사실 자체가 웜홀 발견에 비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허 교수는 실로 엄청난 문제를 푼 것이다.

허 교수는 "나처럼 좋아하는 일(수학)을 찾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계기로 우리의 초중등 학생들의 숨어있는 재능을 찾아내는 데 학교교육이 더욱 심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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