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건국과 관련한 해석을 둘러싸고 미국이 대혼선이란 걸 다시 보여준 게 올해 246주년 독립기념일 전후다. 총기규제, 낙태도 이슈이지만, 혼란 증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전 건국정신을 강조해 만든 ‘1776위원회’를 후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홀라당 뒤집으면서부터다. 독립혁명이란 노예제 보존을 위한 것이고, 때문에 백인 남성이 주도한 과거사는 몽땅 악의 꽃이란 좌파적 인식이 문제다. 미국판 역사바로세우기 논쟁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와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도 피해갈 수 없다.

2년 전 두 동상에 붉은 페인트 테러가 벌어지는 등 난리법석이었다. 그렇다. 미국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미국이 아니다. 그럼 왜 그럴까? ‘두 개의 미국’으로 갈라진 뿌리엔 지식사회 혼란이 똬리 틀고 있음을 보여준 게 논객 벤 샤피로의 책 였다. 번역본은 <세뇌>(기파랑)로 나왔는데, 좌파정서에 오염된 미 대학문화에 대한 충격 폭로다. 놀랍다. 평양의 지령을 받는 한국식 주사파의 농간이 없는데도 미국이 저 지경이다.

"세계적으로 마르크시즘은 죽어가고 있다. 그러나 대학만큼은 펄떡펄떡 살아 움직인다." "엄청 많은 교수들이 마르크스님의 왼편에 앉아있는데, 학생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교수만이 아니라 이미 세뇌된 대학생들이 장악한 학보사와 동아리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가방끈 긴 인간들이 벌이는 관념의 사치, 이념의 폭주란 완전 닮은꼴이다. 미국판 기울어진 운동장은 어느 정도일까? 샤피로에 따르면, 대학에서 허용되는 사상의 자유는 좌파에서 극좌까지, 딱 그것이다. 이통에 우파의 가치란 씨가 말랐다. 계몽시대 이래 대학의 고전적 가치로 통해온 자유주의조차 쇠퇴한 지 오래다.

대신 등장한 독버섯이 현대판 리버럴이란 저질의 사고방식인데, 작가 홍지수의 책 <트럼프를 당선시킨 PC의 정체>(북앤피플)가 그걸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미국 얘기이지만, 나라의 뿌리가 온통 흔들리는 우리에 주는 함의도 풍부하니 잘 음미 바란다. "진보(progressive)는 이미 파산한 이념인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매달리며 퇴행을 거듭하고 있고, 리버럴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무조건 억압하는 반(反)리버럴에 빠졌다. 보수(conservative)? 그들은 리버럴의 공격에 지레 겁먹어 보존해야 할 가치를 포기한 채 기회주의적 행태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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