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강규형

유명 음악인 유희열이 일본의 거장 작곡가인 사카모토 류이치의 작품을 표절한 것을 인정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그런데 사실 그는 이전에도 사카모토의 작품 등을 다수 표절한 혐의가 있다. 그뿐 아니라 많은 한국 뮤지션들이 외국 곡들을 , 특히 일본 음악가들의 작품을 많이 표절해왔다. 암암리에 다 아는 사실이다.

음악만 그런가? 예전부터 영화는 물론 드라마 심지어는 예능프로까지 일본 것을 그대로 베끼는 것은 하나의 관례처럼 자리잡았다. 차라리 ‘오마주 기법’이란 이름으로 치장하는 편이 더 나은 사례들이 아주 많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민속음악과 전자음악을 전공한 뮤지션으로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음악을 담당해 아카데미상 음악상을 수상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한 거장이다. 사카모토는 유희열의 표절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요지는 "나는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며, 많은 것을 배운 바흐나 드뷔시에게서 분명히 강한 영향을 받은 몇몇 곡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내가 바흐나 드뷔시와 같은 수준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오해를 말아달라." 실로 관대하고 대가의 품격을 느끼게 하지만 뼈가 있는 성명서였다.

필자는 ‘마지막 황제’의 음악도 좋아하지만, 그가 젊은 시절 일본군 장교로 출연했던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명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음악을 더 좋아한다. 영화에는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가 영국군 장교 포로로 나왔다. 음악은 물론 사카모토 자신의 작품이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하얀 머리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직접 연주하는 것을 보면 구도자의 풍모가 보이기도 한다. 노환으로 고생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모쪼록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예술계의 고질적인 일본 문화 표절이 감소하길 기대한다. 아예 오마주라는 이름으로 재창조하는 것도 생각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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