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 대중 관세 유지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AFP 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발표할 수 있다고 알려진 이후다.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연설하는 바이든 대통령. /연합
미국 내에서 대중 관세 유지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AFP 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발표할 수 있다고 알려진 이후다.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연설하는 바이든 대통령. /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조만간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고 있는 고율 관세의 인하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몬머스대학의 지난 5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6%로 취임 후 가장 낮은 상황이다.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도 88%에 달해 지난 2013년 해당 문항 조사가 실시된 이후 가장 높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중국산 관세 인하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선거 판세를 뒤집기 위해 ‘발등의 불’인 인플레이션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8년 7월부터 2019년 9월까지 4회에 걸쳐 중국산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지금도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12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2020년 1월 미·중 1차 무역합의에 따라 관세를 기존 15%에서 7.5%로 낮춘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만으로도 물가 상승 압력의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중국에 ‘휴전’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관세 인하 대상에는 의류, 학용품 등 소비재가 포함된다. 수입업자들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면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는 그동안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잠복해 있었다. 경제계, 노동계, 의회는 물론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실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대중 관세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관세가 중국의 잘못된 무역 관행을 바꾸는 중요한 지렛대라며 관세 인하에 부정적이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산 관세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으로 지지율이 추락하자 일단 옐런 재무장관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옐런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는 화상통화를 통해 관세 인하 등을 포함한 대중 제재 완화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화상통화는 미·중 정상 간 담판을 앞두고 양측이 합의 가능한 사안을 미리 정리하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이를 반영이나 하듯 미 재무부는 "옐런 장관이 류 부총리와의 향후 논의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메건 호건과 이린 왕 애널리스트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철폐하면 소비자물가지수가 1%포인트 정도 낮아지는 효과를 내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더구나 지난 2020년 1월 이뤄진 미·중 1차 무역합의의 중국 측 이행률은 57%에 그친 상황이다. 이 합의의 주요 내용은 중국이 2년 간 미국에서 수입하는 상품과 서비스 규모를 2017년보다 2000억 달러 늘리는 것이다.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묵인·방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대한 미국인의 부정적 인식이 커진 것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퓨리서치센터의 지난 3월 21~27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82%는 중국에 대해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2018년 조사 때의 47%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백악관은 현재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산 제품의 관세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담에서 만난다. 8개월 만인데, 중국은 벌써부터 ‘갑질’에 나서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미국 경제의 약점을 공격하며 ‘협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양자택일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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