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통치 10년, 내부결속 위해 주민처형 강도 높혀
총살 사형 시 맨 앞줄에 가족 및 청소년 관중으로 앉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2차 전원회의 도중 오른손 검지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특정 간부를 질책하는 장면으로 추정된다. 당시 김정은은 김두일 노동당 경제부장을 발탁한 지 한 달 만에 교체했다.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2차 전원회의 도중 오른손 검지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다. 특정 간부를 질책하는 장면으로 추정된다. 당시 김정은은 김두일 노동당 경제부장을 발탁한 지 한 달 만에 교체했다. /연합

북한 김정은 정권이 날로 더 포악해지고 있다. 김정은 통치 10년 동안 북한 주민에 대한 처형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감시와 압박을 피하기 위해 처형 장소를 옮겨가며 주민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북한 내 한류열풍을 막기 위해 외부영상 시청·배포 등의 혐의만 있어도 총살형을 감행하는 것은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16일 국제 인권 단체 전환기 정의워킹그룹(TJWG)은 지난 15일 ‘김정은 시대 10년의 처형 지도’ 보고서를 통해 김정은 집권 후 처형 장소와 관련된 기록이 27건이라고 밝혔다.

공개 처형된 주민들에게 적용된 죄목은 ‘남한 영상을 시청하거나 배포한 혐의’가 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마약 5건 △성매매 5건 △인신매매 4건 △살인이나 살인미수 3건 △음란행위 3건순이었다.

처형 장면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보고서는 "2012년과 2013년 사이 평양에서 처형되는 사람의 가족들을 맨 앞줄에 앉혀 전 과정을 지켜보게 했다"며 "그중 한 아버지는 아들의 시체가 불태워지는 것을 보고 기절했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밝혔다.

박아영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이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적 감시 강화에 더욱 신경 쓰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다만 신경 쓴다는 것이지 인권 상황의 개선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처형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밀 처형이나 실내처형 같은 비공개 처형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청소년까지로 확대하고 있다. 학생들이 한국 드라마나 외부영상을 시청했을 시 ‘추방’이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특히 모든 책임은 부모들에게 전가하여 노동당 당원증을 빼앗거나 직위 해제, 정치범 수용소로 보낸다.

함경북도 온성 출생인 탈북민 강휘정(가명·31)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외부영상을 시청하다 잡힌 사람들 중 유통에 관련된 사람들은 총살이나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버린다"며 "최근까지 북한은 사형장에 초등학생들을 맨 앞줄에 앉히고 총살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탈북민 김정현(가명·25)씨도 "탈북하기 2년 전까지 평안북도에서도 외부영상 시청을 한 사람들에 대해 정치범수용소로 보냈다"면서 "특히 탈북을 시도하거나 북송된 사람들 중 정치범으로 몰려 총살당하는데, 대부분 주민들 즉 가족들 앞에서 총살형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영환 TJWG대표는 "과거에는 중국과의 국경 근처에서도 공개 처형이 있었지만 김정은 시기 공개 처형 대부분은 은폐를 위해 국경과 도심부에서 떨어진 혜산비행장과 그 주변의 언덕·산비탈·개활지·들판에서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북한이 지난해 반동문화사상배격법을 제정하면서 한국 영상 시청 혐의에 대한 처형을 합법화했고 이 같은 혐의에 대한 처형이 활성화됐을 것"이라며 "영상 시청을 이유로 처형을 한다는 것은 국제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앞으로 비밀처형이나 실내처형 기록, 처형 결정과 집행 등에 국가기구와 개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파악하는 명령·지휘체계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모두 북한 지도부의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추궁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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