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파산’을 인정한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5일(현지시간) 시위대가 횃불을 들고 경제위기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국부채의 덫’에 빠진 스리랑카는 심각한 민생고를 겪으며 3개월 넘게 시위가 이어져 왔다. /EPA=연합
‘국가파산’을 인정한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5일(현지시간) 시위대가 횃불을 들고 경제위기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국부채의 덫’에 빠진 스리랑카는 심각한 민생고를 겪으며 3개월 넘게 시위가 이어져 왔다. /EPA=연합

스리랑카 정부가 공식적으로 ‘국가 파산’을 인정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하며 대응에 고심하는 중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푸틴과 전화 통화 후, 연료 공급과 러시아 모스크바 및 스리랑카 콜롬보를 잇는 항공편 재개를 요청했다. "관광·무역·문화 분야에서 양국 관계의 강화야말로 그간의 우정을 더욱 심화시키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원유를 제대로 수입하지 못해 심각한 에너지 부족난에 시달리는 스리랑카가 비교적 값싼 러시아産 원유 수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지만, 필수 부문 외엔 연료 판매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다급한 국내 상황에 국제정치 논리를 떠나 러시아産 원유를 들여오고 싶어 한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신용 지원을 원하는지, 러시아産 원유 수입과 관련한 국제사회 제재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스리랑카 운항 재개를 겸손하게 요청했다"고 라자팍사 대통령이 전했다.

아에로플로트는 모스크바-콜롬보 노선을 운항했으나 현재 중단된 상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스리랑카 관광산업의 주요 손님이 러시아사람들이었다. 관광은 스리랑카의 핵심 산업이다.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려면 관광수입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5일 의회 발언에 따르면, 스리랑카는 구제금융 협상을 위해 8월말까지 채무 재조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파산한 국가로서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며 국가 디폴트를 공식화한 이후 필요한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중인 스리랑카는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원한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스리랑카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부채 함정’에 빠져 함반토타 항만 사용권(99년간)을 넘기는 등, 독립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올 4월 510억달러(약 66조원)의 빚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 6월엔 콜롬보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동기보다 54.6%나 올랐다. ‘하이퍼 인플레이션’ 영역으로 진입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4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시내에서 연료 구입을 기다리는 차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스리랑카 에너지 장관은 연료 재고가 하루치도 못되는 처지라고 밝혔다. /AFP=연합
4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시내에서 연료 구입을 기다리는 차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스리랑카 에너지 장관은 연료 재고가 하루치도 못되는 처지라고 밝혔다.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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