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박지원·서훈 전 원장을 고발한 사건은 ‘법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정부 부처 중 최후의 순간까지 국가를 사수해야 할 곳은 군(軍)과 정보기관이다. 국가냐, 아니냐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그 나라에 군이 있느냐, 없느냐다. 군대가 없으면 국가로 간주하기 어렵다. 군이 적(敵)에게 항복하면 곧 국가가 항복하는 것이 된다. 그 다음이 정보기관이다. 정보기관을 인체에 비유하여 눈과 귀라고 한다. 실상은 뇌에 해당한다. 국가의 존속을 위해 종합된 정보들을 정확히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기관은 헌법 등 국가 정체성을 사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정원은 6일 오후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서해 공무원 월북조작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사건’과 관련해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했다.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과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다. 특히 박·서 전 원장은 탈북어민 2명에 대한 합동조사를 강제 종료시키고 서둘러 북송한 혐의가 뚜렷한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 주민이 탈북하여 우리 정부에 귀순 의사를 밝힐 경우, 정부는 헌법과 관련 법률(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련 법률)에 따라 ‘보호 대상’ 또는 ‘비보호 대상’으로 판정한다. ‘비보호 대상’은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게 아니라 무조건 우리 정부가 신병을 관리하게 돼 있다. 그런데 당시 국정원은 털북어민 2명이 단순히 구두(口頭) 형식이 아니라 자필 문서로 귀순의사를 밝혔는데도 합동조사 도중 북송한 혐의다. 헌법·법률·국제법(국제고문방지협약) 등의 위반 혐의가 명백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정보기관장이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위반한 범죄는 용서받기 어렵다. 간단히 말해, 정보기관장이 대한민국 법을 지키지 않고 북한 김정은의 말을 따랐다는 게 말이나 되겠는가. 더욱이 북한당국이 공식적으로 송환을 요구하기도 전에 문재인 정부가 먼저 인계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문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과 국가를 배신한 행위에 다름 아니다.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수사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의 지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연히 문 전 대통령도 수사해야 한다. ‘외환·내란 혐의’에 예외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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