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가운데)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가운데)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일각에서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친이재명)계의 당권 장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압적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조차도 전대 룰을 다시 손볼 정도로 압도당한 민주당의 현실에 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8월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은 이재명 의원과 친명계 의원들로 당권이 장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당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 5명 모두 친명계 의원들로 꾸려져 민주당의 모습이 ‘꼰대 진보’,‘강성좌파’의 모습으로 비춰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친명계 전위조직 격인 ‘처럼회’는 초선의원 연구모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의 팬덤정치에 빠져 있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지선 패배의 원인을 팬덤정치로 규정짓는 것 또한 친명계의 정치방식이 민심과 동떨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대표 출마를 준비하는 이 의원 측도 강경파 일색인 차기 민주당 지도부를 우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강경파 의원들은 최고위원 레이스를 위해 이미 몸풀기에 들어갔다. 처럼회 소속 이수진·장경태·양이원영·김의겸 의원들이 최고위원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처럼회 소속은 아니지만 친명계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 또한 6일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화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친문(친문재인)계와 비이재명계는 친명계의 당권장악을 막기 위해 전당대회 불출마를 공식화하며 이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7일 우원식 의원과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전재수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문계에선 친명계의 당권장악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친문계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염치없는 행동을 보면 화가 난다. 기본과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보면 창피함을 느낀다"며 이 의원을 직격했다. 이어 "민주당 위기의 본질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통렬한 내부 비판과 반성, 성찰이 있어야 한다"며 "이재명의 민주당은 답이 될 수 없다"고 일침했다. 이는 친명계가 대선·지선의 책임을 지지도 않은 채 민주당의 당권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미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변했다는 내부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전날 당무위원회에서 확정된 전당대회 규칙도 친명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우 위원장 역시 친명계의 ‘전대 룰’ 반발에 힘을 쓰지 못했다. 앞서 비대위는 최고위원 선거에 도입하려고 ‘권역별 투표제’ 도입을 주장했지만 이날 당무위는 이를 무산시켰다.

따라서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처럼회’ 민주당으로의 변화는 자칫 여권의 견제를 키울 수 있으며, 당의 운명 또한 강성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온건 성향의 한 친명계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더라도 처럼회 소속 최고위원들이 많을 경우 ‘당원 요구’라며 제2의 검수완박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며 "그러면 민심 회복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친명계 김남국 의원이 최근 최고위원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를 간파한 친명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친명계의 ‘이미지 세탁’ 또한 본격화 될 것으로 보여지는 가운데 최고위원 출마에 재선 박찬대 의원 등 온건파 친명계를 내세울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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