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을 든 장수정. /AFP=연합
우승컵을 든 장수정. /AFP=연합

"윔블던 본선 대기 첫 번째였는데 아쉽게 본선에 못 들어갔어요. 그 부분이 동기부여가 된 것 같습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125K 시리즈 노디아오픈(총상금 11만5천 달러)에서 우승한 장수정(27·대구시청)의 소감이다.

WTA 단식 세계 랭킹 155위 장수정은 9일(현지시간) 스웨덴 베스타드에서 열린 노디아오픈 단식 결승에서 리베카 마사로바(146위·스페인)를 2-1(3-6 6-3 6-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WTA 투어는 10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장수정의 우승 소식을 전하며 "1982년 이덕희가 WTA 투어 포트마이어스 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한국 선수가 단식에서 우승한 가장 큰 대회"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장수정이 우승한 WTA 125K 시리즈 대회는 투어보다 한 등급 아래지만 세계 랭킹 100위권 이내 선수들이 다수 참가한 수준급 대회다.

남자프로테니스(ATP)와 비교하면 투어 바로 아래 등급인 챌린저에 해당한다.

조윤정이 2002년과 2003년, 2006년에 WTA 투어 대회 단식 결승에 세 차례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했고, 장수정이 이번에 WTA 125K 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2017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125K 시리즈 준우승이 종전 최고 성적이었던 장수정은 우승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WTA에서 처음 우승해 너무 기분이 좋다"며 "오늘 긴장이 많이 됐고, 바람도 세서 경기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호주오픈에서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단식 본선에 진출한 장수정은 당시 예선 결승에서도 마사로바를 물리치고 본선행을 확정한 바 있다.

장수정은 "상대가 서브가 좋아 1세트에 고전했다"며 "2세트부터 리턴 리듬이 맞아가기 시작해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호주오픈 단식 본선 1회전에서 분패, 본선 첫 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던 장수정은 프랑스오픈 예선 1회전에서 탈락했고, 윔블던에서는 예선 결승인 3회전에서 아쉽게 졌다.

예선 결승에서 패한 선수는 본선 진출자 가운데 기권하는 선수가 나오면 본선에 합류할 수 있는데 장수정은 대기 순번 1번까지 갔지만 끝내 윔블던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1명만 더 기권자가 나왔어도 윔블던 본선에 나갈 수 있었던 장수정은 당시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종일 코트에서 (기권 소식을 기다리며) 살았다"며 "다음에는 꼭 본선에 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지고 스웨덴으로 향했다.

이번 노디아오픈에는 안나 카롤리나 슈미들로바(84위·슬로바키아), 클라라 버렐(95위·프랑스), 레베카 페테르손(96위·스웨덴), 판나 우드바르디(100위·헝가리) 등 100위 내 선수가 4명 나왔다.

장수정은 1회전에서 버렐, 3회전에서 우드바르디 등 ‘톱 100’ 선수들을 연파하고 정상까지 내달렸다.

장수정은 "윔블던은 본선과 예선 선수들 대우가 굉장히 차이가 크게 나는데, (본선에 아깝게 들지 못해) 그 부분이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며 이번 대회를 남다른 각오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11일 발표되는 랭킹에서 자신의 역대 최고 순위인 113위 정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장수정은 8월 말 개막하는 US오픈에는 본선에 직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귀국길에 오르는 장수정은 "US오픈 전에 대회 2개 정도를 뛸 예정"이라며 "한국에서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 대구시청과 요넥스, 씽크론 아카데미에 감사드리고 항상 저와 같이 고생하는 오빠(코치 겸 트레이너 장광익 씨), 저를 믿고 도와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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