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오는 8월부터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1개월 단위로 공시된다. 금융소비자가 실제로 적용된 금리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전월의 평균금리도 공시된다.

우리나라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주요국보다 낮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에 대한 대대적 손질에 나선 것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급증할 것에 대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공시제도가 정보제공 측면에서 부족하고,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과 투명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우선 다음달부터 3개월 단위였던 은행의 예대금리차 공시주기가 1개월로 바뀐다. 예금상품의 경우 현재는 기본금리(기준금리+가산금리)와 우대금리만 확인할 수 있지만 다음달부터는 전월 신규 취급 기준 평균금리도 알 수 있게 된다. 이는 시장금리가 오르는데, 은행들이 기본금리는 놔두고 우대금리만 조정한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공시주기를 월별로 바꾸면 시장금리 변동을 곧장 예금금리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대출상품 역시 실제 우대금리가 얼마나 적용됐는지 알 수 있도록 전월 평균금리가 공시된다. 대출금리 공시 기준도 신용등급별에서 신용점수별로 바뀐다. 기존에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평가한 5단계 신용등급을 활용했는데,이는 금융소비자가 사전에 알 수 없어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앞으로는 50점 단위의 9단계로 나뉜 신용평가사의 신용점수가 이용된다. 은행이 취급한 대출의 신용점수별 평균금리와 평균 신용점수도 함께 공시된다.

통상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가산금리, 우대금리로 구성된다. 기준금리는 은행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금리와 코픽스(COFIX)를 활용한다. 가산금리는 인건비·물건비 등의 업무원가, 리스크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등으로 이뤄져있다. 우대금리는 금융소비자의 실적과 은행의 영업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금리다.

금융당국은 이 가운데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가산금리 세부 항목을 산정할 때 투명성과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대출 종류와 규모에 따라 차등화된 업무원가가 적용된다. 리스크프리미엄을 산정할 때도 조달금리 지표를 현행 은행채에서 예적금과 은행채를 혼합하거나 코픽스 등이 활용된다.

금리 산정에 대한 은행의 자율점검과 내부통제도 강화된다. 은행은 자체적으로 준법감시부 등 내부통제 부서를 통해 연 2회 이상 금리산정체계를 점검하도록 올 3분기 내 모범규준에 반영된다. 또 은행별로 가산금리 산정의 적정성, 금융소비자 권익보호 등 대출금리 모범규준 준수 여부 전반을 점검하게 된다. 점검 결과는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 과정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예금금리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예금상품 중개업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대출상품에 대해서는 플랫폼사를 통해 비교를 할 수 있도록 혁신금융서비스를 마련했지만 예금상품에 대한 중개업 등록제도는 없다. 수요조사 결과 현재 9개의 플랫폼사가 관련 영업을 희망하고 있는 상태다.

금리인하 요구권의 운영실적 공시도 강화된다. 은행별로 은행연합회를 통해 반기별 금리인하 요구권 신청 및 수용건수, 이자감면액 등 운영실적을 공시해야 한다. 아울러 대출자에게 금리인하 요구권 관련 주요 사항을 연 2회 정기적으로 문자와 이메일 등을 통해 안내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싱가포르, 홍콩, 스위스보다 낮은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2.01%포인트다. 이는 싱가포르(5.11%포인트), 홍콩(4.98%포인트), 스위스(2.98%포인트), 노르웨이(2.18%포인트) 보다 낮은 수준이다.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1.45%로 미국의 2.52%보다 낮고, 유럽의 1.26%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에 대한 대대적 손질에 나선 것은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대금리 정보를 보다 명확하게 공시함으로써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촉진, 큰 폭의 대출금리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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