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돈가스’는 돼지고기에 빵가루를 묻혀 튀긴 음식이다. 돼지 豚자+커틀릿(Cutlet)의 축약인 일본어 ‘톤카츠Tonkatsu’가 우리나라에서 돈가스(돈까스)란 발음으로 정착했다. 한 때 가벼운 서양요리(경양식)의 대명사로 통하며, ‘좀 멋을 낸 외식’에 속했던 ‘돈까스’의 추억을 중년 이상의 한국인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돈가스의 어원이 톤카츠라면, 톤카츠의 유래는 뭘까.

돈가스를 영어로 번역하면 ‘Pork Cutlet’이지만, 영어권에 원래 있던 음식은 아니다. 일본에서 돈가스(포크 커틀릿)의 조리법과 이름이 태어났다. 커틀릿의 원래 의미는 뼈가 붙은 두툼한 살코기를 양념구이한 것이며, 프랑스어 코트레트(Cotelette)에서 왔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돈가스와 전혀 다른 음식이다.

19세기 후반만 해도 일본에선 비프 커틀릿(쇠고기) 치킨 커틀릿(닭고기)이 주류였다고 한다. 돼지고기를 이용한 것, 게다가 파삭한 튀김옷을 입혀 튀겨 낸 게 신선한 발상이었다. 포크 커틀릿는 1895년 도쿄의 최고급 상점가였던 긴자(銀座)의 서양음식점 ‘렌가테’(煉瓦亭)의 메뉴로 처음 등장했다. 메뉴명은 외래어 표기에 주로 쓰는 카타카나(片假名) 표기로 ‘포-크 카츠레츠’였다. 빵 대신 밥을 곁들인 것, 쌀밥을 접시에 담아 낸 것은 ‘문명개화’ 흐름 속의 소소한 ‘자기화’였으나 단연 고급음식 이미지가 강했다.

1895년 문을 연 렌가테는 현재까지 성업 중이다. 해당 메뉴명도 창업 당시 그대로다. 1920년대 후반 비로소 ‘톤카츠’란 이름으로 보급돼기 시작한다. 도쿄 주요 부도심의 하나인 우에노(上野)의 ‘폰타 혼케’라는 음식점이 발상지라고 알려져 있다. 축약형 이름의 출현은 어느 정도 대중화를 이룬 결과로 볼 수 있다. 일본에서 톤카츠는 카레라이스·라면과 더불어 가장 흔하게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단품 요리다. 국민음식의 하나라 할 만하다. 최근 물가가 올라, 톤카츠의 전국 평균 가격이 드디어 1000엔(한화 1만 원)을 넘겼다. ‘렌가테’ ‘폰타 혼케’는 원조로서의 자부를 유지한 채 음식값도 평균가의 2배 이상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