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근
박석근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았다. 사법기관 판결 전에 윤리위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당사자와 지지자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당 윤리위와 사법판결은 엄연히 별개의 절차다. 이번 결정은 증거재판주의에 의한 사법절차와 달리 시종일관 분란을 몰고다니는 젊은 당수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엄히 물은 것이다.

기억을 더듬기 전에 먼저 ‘윤핵관’이라는 용어를 살펴보자.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다름아닌 이준석이다. 그는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라는 뜻으로, 당내 중진인사들을 싸잡아 비판하며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정치란 뜻을 같이하는 인사들과 함께 하는 것이므로 ‘윤핵관’의 존재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반대당도 아닌 자당(自黨) 당수가 ‘윤핵관’이란 부정의 프레임을 만들어 내부총질을 해댔다.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젊은 당수 이준석과 세 번씩이나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첫 충돌은 대선후보 당무우선권을 두고 벌어졌다. 당시 윤 후보는 잠수타버린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울산까지 내려가 담판을 짓고 갈등을 봉합했다. 그로부터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조수진 최고위원과 충돌했고 뒤이어 배현진 최고위원과도 충돌했다. 젊은 당수는 자신의 말은 듣지 않고 윤 후보 말만 듣는다고 조수진 최고위원과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였다. 그러는 동안 후보의 지지율은 뚝뚝 떨어졌고, 윤 후보는 극한대립으로 치닫던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와 극적으로 화해하며 갈등을 봉합했다.

이번 윤리위의 결정은, 갈등의 장기화는 결국 공멸이라는 점에 위원들이 인식을 같이 했을 것이다. 지도부 충돌은 결국 윤석열 정부에 부담으로 돌아가 국정을 원만히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거기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서도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여론조사에 응답한 이들이 31%로 가장 많았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당 대표로서 신중하지 못한 행동, 과도하고 증적적인 언론 노출 등도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젊은 당수 중징계로 인한 청년 정치인들과 중진의원들 간의 갈등이 확산되고, 이는 다시 세대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준석이 의도한 밑그림이었고, 그 이면에는 공천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이 있다. 차기 총선에서 이준석은 자신을 지지하는 청년 정치인들을 공천하여 권력기반을 다지려 하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청년정치인들은 이준석을 지지한다. 갈등을 해결하고 조율하는 정치 메커니즘이 당내에서도 작동해주면 좋겠으나 사정은 녹록치 않다.

돌이켜보면 이준석은 국민의힘이 정통 보수정당이란 사실을 명심했어야 했다. 그는 보수정당의 미래를 설계하고 대의명분에 충실하지 않고 권력투쟁으로 비칠법한 ‘윤핵관’ 공격에 시종 몰두했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보수주의 철학이 엿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논쟁에서 이기려는 얄팍한 수만 보였다. 공당의 당수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엄중한 자리다. 그러나 그는 권리만 있을 뿐 책임과 의무는 하나도 없는 듯한 언행만 시종 보였다. 그와 중견정치인들 간의 설전을 보노라면 아사리판이 따로 없을 정도다. 그에게 겸손의 미덕은 찾아볼 길 없다. 공동체를 중시하고 대의를 위한 희생을 단 한 차례도 보지 못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자신을 공격하면 즉각 인터뷰와 SNS를 통해 걸러내지 못한 말들을 즉흥적으로 쏟아냈다.

이런 그에게도 공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 3·9대선과 6·1지방선거에서 연승을 이뤄냈다는 것. 하지만 이것은 젊은 당수(黨首) 혼자 만든 게 아니라 국민들이 만든 것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보수주의는 급격한 변화를 반대하고 전통의 옹호와 현상 유지, 점진적 개혁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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