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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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성(Modernity)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왕이 주인이었던 세상에서 인민 또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을 말한다. 즉 국가의 주권자로 왕과 왕조가 유지해 왔던 육체적·상징적 실체가 폐해지고, 인민 또는 국민이 국가주권자로서 국가운영의 대리인을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세상의 등장을 뜻한다.

그런데 전근대사회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안팎의 사회문제들이 근대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 원인은 왕이 주권자였을 당시 단 한 명의 왕만이 옥좌에 앉을 수 있었는데, 인민이 주권자가 된 후에는 왕의 옥좌에 수백만, 또는 수천만의 인민이 동시에 앉을 권리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국제사회에서는 이념과 체제를 두고 전쟁이 발생하고, 주권국가별로는 권력통치를 위한 다양한 법과 제도가 양산됐다.

이런 세상에서 나타나는 외교안보, 정치경제, 사회문화, 교육환경 등의 제영역에서 반영되는 새로운 현상들을 ‘근대성’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집약하고 포괄할 수 있다.

그러나 인류의 대부분은 근대성을 아직 잘 모른다. 대신 탈근대를 강조하고 근대 이후의 새로운 세상을 지향하다가 21세기에 인류는 또다시 세기적 초위기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1648년 웨스트팔렌 조약 이후 첫 번째 도전은 1789년 프랑스혁명이었으며, 두 번째는 1차 대전이었다. 세 번째 도전은 2차 대전이었으며, 4번째는 냉전 종결 이후 미국 중심의 일국 패권안정질서의 붕괴였다. 이제 코로나바이러스와 우크라전쟁, 이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류는 5번째 생존을 건 세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4번째 도전시기에서 가장 큰 패착은 세계패권국으로서의 미국이 고전적·현실적 정치영역을 간과하고, 지나치게 경제논리로만 국제질서를 제단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중국이 부상했고, 북한이 핵개발에 성공했으며, 러시아의 전체주의가 복원되었다.

이제 국제사회 모든 국가의 안팎에서 정치의 중요성이 극대화됐다. 그저 손에 잡히는, 눈에 보이는 매표를 향한 경제와 민생만 안일하게 주장하다가는 대한민국 생존 자체가 기로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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