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9일(현지시간) 콜롬보의 대통령궁 안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9일(현지시간) 콜롬보의 대통령궁 안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

스리랑카가 국가부도를 맞이한 가운데 반정부 시위대에 몰린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9일 밤(현지시간)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AF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라자팍사 대통령은 13일 대통령직 사임 의사를 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스리랑카 국회의장에게 밝혔다. 이날 아베이와르데나 국회의장이 각 정당 대표에 의해 임시 대통령으로 추대됐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최근까지 형 마힌다 라자팍사 전 총리 등 라자팍사 가문 친족과 함께 스리랑카 정국을 완전히 장악해왔다. 앞서 이미 2005∼2015년 10년간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 통치를 주도한 바 있다.

이날 수천명의 반정부시위대가 대통령 집무동과 관저 등에 난입했다. 관저에 딸린 수영장에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퍼지고 있다. 시위대는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자택에도 진입해 불을 질렀다. 위크레메싱게 총리 역시 이날 자택이 불타기 직전 내각회의 등을 소집한 후 사임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당 지도부는 조만간 의회를 소집해 대통령 직무 대행을 공식적으로 선출하고, 임시 거국정부 구성 및 선거일정 발표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야권이 분열돼 있어 라자팍사 가문만큼 강력하게 정국을 이끌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스리랑카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부채의 덫’에 빠지는 등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 여파로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재정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5월 18일부터 공식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진입했다.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9일(현지시간) 대통령 관저 안으로 돌진하는 반정부 시위대의 모습. 수천 명의 시위자들이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뚫고 대통령 관저를 습격했다. /EPA=연합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9일(현지시간) 대통령 관저 안으로 돌진하는 반정부 시위대의 모습. 수천 명의 시위자들이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뚫고 대통령 관저를 습격했다. /EPA=연합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