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서부지역인 나라현(縣)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섰다 총격을 받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쿄도(共同)=연합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서부지역인 나라현(縣)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섰다 총격을 받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쿄도(共同)=연합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어머니가 빠진 종교를 일본 내에 확산시킨 것으로 믿었다."

아베(68) 전 총리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야마가미 데츠야(41, 山上徹也)의 진술 내용이다. 현지 요미우리(讀賣)신문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총격범은 전직 해상 자위대원이다. "어머니가 종교단체에 큰 돈을 기부해 파산했다.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고 원망해 왔다"고 한다. 일본 겐다이비즈니스(現代ビジネス)는 해당 종교단체가 옛 통일교회(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라고 보도했다.

당초 야마가미는 종교단체의 지도자를 노렸으나 접근이 어렵자 아베 전 총리로 대상을 바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의) 정치신조(信條)에 대한 원한 때문이 아니다. 아베가 (종교단체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보면서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엔 이 단체 대표들이 설립한 민간활동 행사를 향한 아베의 비디오 메시지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의 분쟁 해결, 특히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해 온 한학자 총재를 비롯한 여러분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어릴 때 건설회사를 경영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 어머니가 회사를 물려받았고, 이후 어머니는 종교 활동에 빠졌다." 이 야마가미의 진술을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다. 종교 단체에 대한 많은 기부 때문인지, 야마가미를 포함한 세 자녀는 "집에 먹을 것이 없다"며 친척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2002년 어머니가 나라(奈良)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고, 2009년 건설회사를 완전히 접었다.

야마가미는 지난 8일 나라 현 나라 시에서 자민당 참의원 선거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에 나섰던 아베 전 총리에게 등 뒤 7∼8m 떨어진 거리에서 자신이 직접 제작한 총을 쏴 사망에 이르게 했다. "2개의 금속통을 묶어 목판과 접착테이프로 고정했으며 6개의 탄환을 담을 수 있는 캡슐을 통에 넣는 구조"라고 야마가미 스스로 밝혔다. 경찰은 집에서 금속통 9개가 연결된 대형 총을 비롯해 여러 개의 수제총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현장 경비를 서던 경찰관들은 첫 총성을 듣고서야 뒤늦게 괴한을 인식했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은 더욱 커지는 중이다. 야마가미가 첫 발을 쏜 뒤 아베 전 총리는 놀란 듯 자신의 등 뒤를 돌아봤고, 약 3초 뒤 두 번째 총탄이 발사됐다. 경찰관의 제지를 전혀 받지 않고 접근했을 뿐만 아니라 총탄을 두 발이나 쏜 것이다.

현장 동영상을 봐도 첫 총성이 울린 뒤 아베를 보호하기 위해 나서는 경찰관이 없었다. 경찰은 사건 당시 구체적인 경비인력 상황을 밝히지 않았지만, 특별 경호를 담당하는 경시청의 ‘SP(Security Police)’ 요원 1명과 나라현 경찰의 사복 경찰관 등 수십 명이 배치됐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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