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세계관 두 번째 영상 ‘넥스트 레벨’ 한 장면. /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 세계관 두 번째 영상 ‘넥스트 레벨’ 한 장면. /SM엔터테인먼트

MZ세대에게 가장 ‘핫’한 걸그룹으로 꼽히는 에스파, 그녀들이 만들어가는 SMCU(SM Culture Universe)란 거대하고도 치밀한 가상 세계다. 그리고 그것은 기본적으로 ‘이야기’(story telling, narrative, 서사)의 세계이기도 하다. 네 멤버의 아바타 ‘아이’(ae), 이들의 연결(SYNK)을 방해하는 악의 세력 ‘블랙맘바’(Black Mamba), 에스파를 돕는 조력자 ‘나이비스’(nævis),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인 ‘광야’(KWANGYA)까지 SM만의 가상세계는 전 세계 K팝 팬심을 이끌어냈다. 2020년 데뷔 때부터 쌓아온 스토리의 뒤에는 SMCU 제작진이 존재했다.

"이 건물 어딘가엔 (세계관) 설정 집이 비밀리에 있다. 스토리가 나오지 않으면 (이를 기반으로 하는) 음반 작업이 되지 않기 때문에 데드라인을 잡아두고 언제까지 이야기 작업을 해내야 하는 ‘나쁜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서울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모나리 책임은 재치있게 ‘자기 일’을 소개했다.

에스파는 노래와 춤 이전에 스토리 정립을 최우선에 뒀다. 본격적인 SMCU 스토리 라인을 마련한 것이다. "미리 준비된 기획 아래 데뷔하게 된 에스파라는 신인 팀에 아바타라는 콘셉트를 부여해서 SMCU를 자연스럽게 알리자고 했다"는 게 박준영 이사의 부연 설명이다. "에스파의 아바타가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4명 각자의 캐릭터성을 부여하려고 노력했다", "에스파 멤버들이 블랙맘바의 ‘환각 퀘스트’를 수행하는 이야기를 표현하는 데 있어 최적화된 그림체와 작화를 고민했다고 한다. 2D 부분은 일종의 시(詩)처럼 간소화된 유럽풍 그림체"란 설명들도 붙었다.

"블랙맘바는 인간과 아바타의 연결을 단절하려 하는, 관념적·실체적 성격을 다 갖춘 존재", "이후에도 블랙맘바와 비슷한 존재일지는 모르겠지만, 에스파 세계관 스토리에 없어서는 안 될 조연 격의 빌런(악당)이 나올 것"이라며 모 책임은 귀띔했다.

SM의 메타버스(가상세계)에 대한 관심은 이미 오래됐다. 2000년 보아의 데뷔곡 ‘아이디 피스비’(ID; PeaceB)에서는 ‘나만의 네트워크 세상’이, 1998년 S.E.S.의 2집 타이틀곡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 뮤직비디오에는 외계 가상 세계가 등장했다. 박 이사에 따르면 "S.E.S. ‘드림스 컴 트루’ 때부터 우리는 아바타, 또 다른 나의 자아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외계인이든 무엇이든 우리 말고 또 다른 유니버스(세계)가 있다는 화두를 던졌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과학과 기술이 발전한 미래의 세상이 왔을 때 문화는 어떻게 이를 받아들여야 할지 늘 생각했다. ‘미래의 문화’를 고민하면서 음악 등의 콘텐츠를 통해 메시지를 대중에게 어떻게 던질지 생각한 것"이라고 김현우 책임이 설명했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는 "사람들이 재미있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세계가 ‘광야’로 구현됐으면 좋겠다"며 조언했다고 한다. 결국 SMCU의 핵심 공간은 ‘광야’가 됐고, "시각과 청각 이외에 ‘또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 4D 기술을 구현해 자신이 정말로 ‘광야’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도 구상 중이다.

아울러 노래·뮤직비디오와 유튜브 영상뿐만이 아니라 스토리 또한 거대 지식재산권(IP)이다. 웹툰·게임·영화·드라마 등으로 확장할 구상도 있다. 박 이사는 "당연히 게임화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어설프게 하기보단 ‘단단하게’ 하기 위해 조급히 추진하진 않는다. 어떻게 완성도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 대중이 공감하게 하느냐, 즉 감정이입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SM 걸그룹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SM 걸그룹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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