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김정식

"로마제국이 빈부격차가 커지고 자영농이 몰락하면서 군대 자원이 없으니까 용병을 쓰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윤석열, 최재형 다 용병들이다. 그들을 데려다 쓴 것 자체가 이미 국민의힘이 스스로 불임(不姙) 정당임을 자백한 꼴이다." 지난 대선 경선 기간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발언이다. 당시 정치권과 언론은 ‘상대 정당을 비판하고자 불임으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들을 도구로 이용했다’라며 송 전 대표를 강하게 비난했고, 부적절한 예로 인해 해당 발언의 속뜻은 사람들의 머리에서 희미해졌다.

요 며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이 ‘못된 망아지 같던 이준석이 쫓겨났다’라며 기쁨에 취해있다. 그런데, 현재의 국민의힘을 바라보며 송 전 대표의 지난 발언이 다시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바른미래당을 거친 ‘새로운 보수당’ 계열로 나뉘었고,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당까지 포함한 ‘스펙트럼 정당’으로 거듭났다. 보수주의-우파 이념을 근간으로 하는 이념형 정당이 아니라, ‘반문(反文)세력’의 결합체로서 다양한 이념이 혼재되어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까지 유효하다.

좌우를 넘나드는 만년 노객 김종인이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내며 지금의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이어 자신을 키워준 정당을 향해 온갖 악담을 뱉고 "윤석열이 대통령 되면 지구를 떠나겠다"라던 이준석이 당대표를 했다. 그리고 그의 비호와 함께 혜성같이 나타나 무럭무럭 성장한 몇몇 청년들이 온갖 방송을 점령하며, 그들의 생각이 국민의힘 전체를 대변하는 듯 행동하고 있다. 사실 바른정당, 새로운보수당 출신인 그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도 모르고 그저 응원과 박수를 보내는 지지자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단순히 그들이 특정 정당 출신이기에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발언을 조목조목 뜯어보면, 기존 국민의힘 지지층이 가진 생각과는 매우 다름을 느낀다. 단순히 ‘그들이 젊어서’라거나, ‘시대의 변화’ 등으로 포장할 수 없는 상당한 이질감이다. 그들은 수시로 청년임을 앞세워 개혁과 혁신을 명분삼아 기존 질서에 반기를 든다. 심지어 잘못된 지식을 갖고 진영의 상징과도 같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난하고, 선동하기까지 한다. 일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큰 정치인이라 추켜세우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재자이기에 평가할 만한 대통령이 아니라던, 천하람이라는 인물은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과 혁신위원이라는 요직을 섭렵하고 있다.

반문의 선봉에 섰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락중이고, 이준석 사태로 인해 국민의힘은 이념의 부재에 더해 리더십의 부재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당내 혼란을 수습하고 ‘이념 결사체’로서의 칼날을 다시 세울 수 있는 리더십이 간절한 시기다. 어떤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국가를 발전시키고 정당의 생명력을 연장할 것인지는, 차기 지도부 구성에 지지층이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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