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공공,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1)
경제와 공공,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1)
  •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 승인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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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실력, 수요, 인구구조에 비해 과도한 요구·기대와 과잉 투자·공급의 거품 터진다

-세계화, 과학기술혁명으로 상품, 기업, 기술, 직업 수명이 짧아졌는데 정규직이 정상인가

-많은 기회 누렸던 X86세대의 자식들은 개항 이후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못살게 될 것

대한민국의 자존과 자유의 원천인 경제와 고용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거센 추격과 추월, 주력산업의 수명주기 도래, 제4차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경제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응의 지체 등으로 인해 현재 먹거리의 위기와 미래 먹거리의 위기가 동시에 밀어닥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의 수출이 경향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 한국 10대 수출 품목(2014~18년)

산업화의 기적을 창조했던 우리의 주요 산업도시가 미국 오대호 연안의 러스트벨트(rust belt)처럼 변해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핵심 생산요소인 사람과 돈을 너무나 소모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창조, 도전, 개척, 혁신의 생명인 자유(욕망 추구, 선택권과 거부권, 생산요소의 결합과 파괴 등), 경쟁, 개방, 가격, 재산권(행사)을 억압하는 불합리한 국가규제와 간섭이 너무나 많다. 수많은 시장이 아예 기득권 보호용 규제에 의해 가두리 양식장처럼 되어 있다.

우리의 생산성, 실력, 수요, 인구구조에 비해 과도한 요구·기대와 과잉 투자·공급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거대한 거품이 이제 임계점을 지나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전격적으로 폐쇄되는 공장과 대학(촌)과 넘쳐나는 고학력 실업자들이 그 징표다.

2000년 이후 분배의 질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이윤과 소득·임금은 생산성이나 지대수취력이 높은 소수, 상층, 강자에 집중, 편중되고 있다. 생산성과 지대수취력 격차가 중첩되어 한국 특유의 이중화,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부문·계층의 분위별 소득점유율과 취업자의 소속·지위별 임금 등 근로조건 격차와 그 성격은 소득 집중의 수준과 내용이 OECD 최악을 넘어 실패국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 청년과 기업 모두에게 최악인 고용체제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떠받치는 체제 중에서 고용체제만큼 모순적인 것은 없다. 단적으로 세계화, 지식정보화, 과학기술혁명 등에 따라 상품, 기업, 기술, 공장, 직업 등의 수명이 짧아지고, 변화부침, 탄생소멸, 영역파괴 등 구조조정 압력이 극심한데, 사실상 영구직에 연공임금체계를 가진 정규직을 정상으로 간주한다.

설상가상으로 노조와 공무원들에게는 직무·숙련에 따른 기업 횡단적인 근로조건의 표준(노동시장의 공정가격) 개념이 없다. 근로조건은 노동의 생산성(직무, 숙련)이 아니라, 기업의 지불능력과 노조의 교섭력에 따라 천양지차다. 그 결과 공공의 양반화(벼슬화), 시험(스펙)의 계급화, 직장의 신분화, 연공의 위계화라는 한국 특유의 부조리가 심화되고 있다.

그러니 실력과 기여(생산성)에 대한 믿음이 없고, 직업윤리와 근로윤리도 퇴행하고, 자유와 재산권에 대한 존중이 없다. 용케 좋은 직장의 관문을 갓 통과한 하층은 유능하지만, 시간이 흘러 위로 올라갈수록, 중추적인 자리로 갈수록 무능하다.

우리의 고용체제는 기업에게도 최악이고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에게도 최악이다. 단지 하는 일(직무, 숙련)에 비해 월등한 처우를 보장하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에게만 최선이다. 한국의 고용 위기는 단순히 저성장과 고용 계수(탄력성) 감소의 산물 아니다. 경제의 서비스화의 결과도 아니다. 숙련 절약(설비장비 의존=고용 인색)적 산업구조의 산물도 아니다. 자동화와 무인화, 온라인 소비 등 달라진 산업구조와 소비행태 탓이라고도 볼 수 없다.

단적으로 한국보다 더 장기 저성장을 했고, 경제의 서비스화도 더 진행되었고, 자동화, 무인화, 온라인 소비도 더 확산된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한국과 같은 일자리 부족, 불만, 불안을 겪지는 않는다. 한국 특유의 산업·고용 현실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기업의 국내 투자와 고용 기피는 자연스런 일이다. 그에 따른 위험과 부담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 시장·산업 환경과 고용·교육 체제의 충돌

시장·산업 환경과 고용·교육체제와 국민의 요구·기대가 지금의 대한민국만큼 격렬하게 충돌하는 나라는 없다. 그 어떤 경제도, 아무리 지식기반 산업화가 진행되어도, 한국처럼 많은 고등교육 이수자들에게 학력에 상응하는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다. 한국 대학교육에서는 엄청난 낭비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시대착오적 고용체제가 과도한 대학진학율을 낳고, 시대착오적 국가교육규제는 철지난 교육과정과 경직된 교원 자격규정 등을 지탱하여, 교육을 시장·산업 환경과도, 급감한 인구구조와도 어긋나게 하여 극단적인 고비용 저효율 사회로 몰아간다.

망국적 고용·교육 체제는 청년 인재의 로망을 지대수취자, 즉 건물주가 되거나, 공공부문, 독과점 대기업, 규제산업, 면허직업 종사자가 되는 것으로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의료, 금융, 법률 등 우수한 청년 인재가 대거 몰려간 곳에서는 상품, 가격, 자격 통제 등으로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혁신적 상품서비스가 자라나기 힘들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정부가 거세게 밀어부치는 철학, 가치, 정책은 하나같이 생산 요소의 창조적 결합과 파괴(영역 파괴, 구조조정, 인수합병 등)를 어렵게 만들고,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가 만든 다양한 계약(질서)과 가격을 무시하거나 왜곡한다.

◇한번의 시험이나 정규직 투쟁으로 평생 특권 얻으려는 심리 넘쳐

능력 있는 기업으로 하여금 국내투자와 고용을 기피하게 만들고, 청년 인재들로 하여금 민간기업 취업과 창업을 기피하게 만든다. 창조, 도전, 개척의 기업가 정신을 증발시켜 놓고, 그 자리에 한번의 시험이나 신분(정규직) 전환 투쟁을 통해 평생을 가는 특권을 얻으려는 지대추구 심리를 넘쳐나게 만든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와 고용에 대한 인식은 점차 뜨거워지는 가마솥 안에서 한가로이 놀고 있는 개구리를 연상케 한다.

JTBC 탐사 플러스 취재팀이 서울 시내 초·중·고등학생 8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016.2.29)에 의하면, 고등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 1위가 공무원(22.6%), 2위가 ‘건물주와 임대업자’(16.1%)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 ‘대한민국 미혼남녀 결혼인식’에 대한 연구결과(2018)를 보면, 남편 직업으로는 15년째, 아내 직업으로는 5년째 1위가 공무원, 공사 직원이다. 그 전의 아내 직업 1위는 교사였다.

결과적으로 낮은 데서 높은 데로 올라가는 기회와 희망의 사다리도 끊어지고, ‘흙수저’ 청년에게는 넘기 힘든 벽과 건너기 힘든 사막이 펼쳐지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회의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 연기하게 만들어 끝이 보이지 않는 초저출산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단군 이래 가장 많은 기회를 누렸던 X86세대는 개항 이후 백오십 년 역사상 처음으로 자식세대가 부모세대 보다 못사는 꼴을 보게 된 첫 세대가 되었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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