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방향을 잡았다. 11일 잇달아 열린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에서 내린 결론이다. 이준석 대표 중징계 이후 일찍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은 당헌·당규에 어긋난다는 것.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는, 당대표 자리가 비는 ‘궐위’가 아니라 대표 직무가 일시 중단된 ‘사고’이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열 수 없으니 새 대표를 뽑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직무대행 체제로 하루빨리 당의 모습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대선 이후 지금까지 국민의힘은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 몇 달 동안 국민의힘에서 보이는 것은 이준석 대표의 온갖 비리와 그가 일으킨 분란뿐이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징계했어야 했다. 그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민심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여권에 끼친 해악이 얼마나 큰지도 잘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국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분노하기까지 한다. 정권교체의 열망을 제대로 현실화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의 무능·무책임을 용서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제 국민의힘은 지지율이 야당에 역전될 정도로 위기다.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틈을 노려 거대야당은 어떤 정치술책을 부릴지 모른다. 국민의힘이 정권 초반부터 정국 주도권을 놓칠 경우 야당은 헌법 개정 등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각종 좌파 악법을 또 만들려 할 것이다. 비리 수사 등 사사건건 정부 하는 일에 어깃장을 놓을 것이다. 무정부 상태로 몰아갈 수도 있다. 그렇게 밀리다 여당은 2년 뒤 총선에서 또 다시 다수당을 내줄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그런 최악의 상황을 미리 내다보면서 단단히 대비를 해야 한다. 거대야당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인물로 당직을 개편하는 인사부터 이뤄져야 한다. 민심을 되돌리고 북돋울 수 있는 정책들을 내놓아야 한다. 정치정당이 아니라 정책정당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준석 대표가 징계가 끝나는 6개월 뒤 대표로 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여권의 미래가 그 체제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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