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대중화에 힘입어 온라인 명품시장이 연간 2조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명품업계의 강자인 신세계, 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의 온라인 진출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전통 유통 공룡들이 온라인 명품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신흥 소비층인 MZ세대의 열렬한 지지 속에 명품 이커머스 시장이 연간 2조원 규모로 커지자 백화점 명품관 운용을 통해 쌓아온 영향력을 온라인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관련시장을 피땀으로 일궈온 명품 플랫폼들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반격에 나서면서 올해 양측의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이 명품시장의 고도성장에 발맞춰 온라인 채널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중심의 명품 유통 구조를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쌍끌이로 전환해 고객 다각화와 수익 극대화를 꾀하려는 포석이다.

먼저 신세계는 지난 3일 온라인몰 SSG닷컴 내에 명품 전문관 ‘쓱(SSG) 럭셔리’를 신설하고 명품 경쟁력 제고에 본격 돌입했다. 명품 구매는 물론 상담·배송까지 하나의 카테고리에서 원스톱 지원함으로써 오프라인에 버금가는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현재 명품 보증서가 발급되는 8만여개 상품이 등재돼 있으며 전문상담센터와 프리미엄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명품 리셀러들을 겨냥한 중고 명품 페이지를 별도 마련했으며 연내 중고거래서비스도 론칭할 예정이다.

롯데도 롯데백화점이 명품업계에서 확보한 브랜드파워를 롯데그룹의 통합쇼핑몰 롯데온으로 적극 이식하고 있다. 일찌감치 명품 인증프로그램 ‘트러스트온’을 도입해 신뢰성을 배가한데 이어 올해부터 명품 수선전문업체 럭셔리앤올과 손잡고 사후관리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또한 공식 명품스토어에 더해 직수입 채널인 ‘엘부띠끄’의 운용도 시작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 5월 명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나 신장하기도 했다. 금명간 신세계의 쓱 럭셔리와 같은 명품 전문관을 롯데온에 구축해 토털 명품 플랫폼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오프라인 명품 강자들의 이 같은 온라인 영토 확장은 온라인 시장 규모가 대기업이 군침을 흘릴 만큼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의하면 국내 온라인 명품시장은 지난 2015년 1조455억원에서 지난해 1조7475억원으로 6년새 67% 성장했다. 올해는 2조원 고지 점령이 확실시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사치품 보복소비가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MZ세대의 명품 소비층 합류로 명품의 대중화가 이뤄진 것이 온라인 명품시장의 판을 키운 결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커머스에 친숙한 MZ세대들이 백화점보다 착한 가격에 구매·반품 편의성도 뛰어난 명품 플랫폼에 몰리면서 폭발적 성장을 견인했다는 것이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3대장인 발란·머스트잇·트렌비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2020년(약 4000억원)의 2배를 넘어 1조원(9877억원)에 육박했다는 게 그 방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체 명품시장에서 온라인의 비중이 10%에 이르고 있다"면서 "온라인 판매를 꺼려왔던 에르메스·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올 들어 온라인몰 입점을 통한 판로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도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과 경쟁하는 유통 대기업의 무기는 단연 신뢰성이다. 지난 4월 무신사, 5월 발란에서 판매한 고가의 명품이 잇따라 가품 판정을 받으며 명품 플랫폼의 신뢰도가 추락한 점을 파고든 전략이다. 명품 플랫폼들은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병행수입업체 등 여러 경로로 물건을 수급하기 때문에 가품이 유입될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SSG닷컴과 SK온은 공식 명품스토어나 직수입 업체와만 거래해 짝퉁 논란에서 한결 자유롭다.

물론 명품 플랫폼들도 가만히 시장을 뺏길 생각은 전혀 없다. 아킬레스건인 가품 검증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오프라인 시장에 역진출하는 승부수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미 무신사와 머스트잇이 각각 서울 성수동, 압구정동에 오프라인 쇼륨을 열었고 발란도 이달말 서울 여의도에 오프라인 매장 오픈을 예고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공룡의 온라인 침공과 명품 플랫폼의 오프라인 역공에 따라 온·오프라인으로 양분됐던 명품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양 진영의 공방전 결과를 예단키는 어렵지만 명품업계가 한단계 진화하는 과정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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