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상점에 "아베 사망 경축, 3일간 밀크티 하나 사면 하나 덤, 온 천하가 경축"이라 적힌 현수막. /트위터 캡처
중국의 한 상점에 "아베 사망 경축, 3일간 밀크티 하나 사면 하나 덤, 온 천하가 경축"이라 적힌 현수막. /트위터 캡처

아베 신조(68, 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지원 유세 도중 총에 맞고 쓰러져 사망한 가운데, 중국의 일부 상점들이 "아베의 사망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어 도를 넘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갑작스런 현상이 아니라, 시진핑 정부 들어 거세진 중국 ‘반일 몰이’의 연장이다. ‘국뽕’ ‘애국’으로 내부적 모순을 수습하려는 중국공산당의 방조·조장 혐의가 짙다. 지난 10 여 년 중국의 TV드라마·영화 등엔 ‘반일’ ‘반미’ 주제·소재로 넘쳐난다.

10일 트위터엔 "3일간 밀크티 1+1 행사를 연다", "주말 3일간 모든 손님께 40%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어제는 7·7사변, 오늘(8일) 아베 잘가! 아베 암살을 축하하고자 손님 전원에게 맥주 추가 제공" 등의 현수막 사진도 올라왔다. ‘7·7사변’이란 중일전쟁의 발단이 된 상하이 루커우챠오(盧溝橋)사건을 말한다. 한 댄스 클럽은 "아베의 죽음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화면을 전광판에 띄워놓은 채 영업을 하기도 했다. 일본 누리꾼들은 분노했으며, 그 외 나라 사람들도 "믿을 수 없다", "중국이 선을 넘었다" 등의 반응이다.

한편 중국의 최고지도자로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개인 조전을 보내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을 애도했다. "아베 전 총리가 재임 중 중·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유익한 공언을 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슬픔을 느낀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드러지는 게 대만 반응이다. 대만은 11일 각 정부 기관, 공립학교 등에 조기(弔旗)를 게양하며 아베 전 총리를 추모했다. 관련 법률상 아베 전 총리가 ‘(대만)국기의 조기 게양’ 대상자에 속하지 않으나 파격적인 대우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일제 식민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대만인들의 보편 심리까지 어우러져, 갑작스런 그의 죽음에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한 셈이다. 아베 전 총리가 이달 말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베 전 총리는 중국의 무력침공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만 유사 시를 일본 유사 시로 받아들인다" 공개 발언을 할 만큼, 서방세계 일원이자 중국 견제자로서의 의식이 뚜렷했다.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재단법인 리덩후이(李登輝) 기금회의 리안니 이사장은 이달 말 대만 싱크탱크와 함께 개최할 예정인 학술포럼의 기조연설 초청 서한을 아베 전 총리에게 이미 발송한 상태였다. 셰창팅(謝長廷) 주일 대만 대표는 페이스북에 지난주 대만일본관계협회의 쑤자취안(蘇嘉全) 회장과 함께 일본 의회에서 아베 전 총리를 만나 대만 방문을 요청했다며, "당시 아베 전 총리가 흔쾌히 (대만 방문을) 약속했다. 그것이 마지막일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죽음을 축하하는 화면을 띄운 채 운영한 중국의 댄스클럽. /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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