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가쓰히로
구로다 가쓰히로

아베 신조 전 일 본총리 피격·사망 사건으로 많은 한국 친구들로부터 애도와 위로의 문자를 받았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 중엔 아베 전 총리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다. 국제적으로 애도·추모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조기를 게양하고 유엔 안보리는 묵념을 올렸다. 아베 전 총리가 적극 추진해 온 것은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를 중시하는 이른바 ‘가치외교’였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도 그의 주창으로 시작됐다.

아베 전 총리는 미·일 동맹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미국의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 일본도 미국을 지원해야 한다"며 동맹강화 방안을 발표해 미국의 신뢰를 얻었다. 미·일 관계는 역대 최고 수준의 밀착도에 이르렀다. 이에 야권의 좌파세력은 시종일관 강하게 반발했고 ‘아베가···’라는 유행어까지 생겨났다. 그들은 일본에서 좋지 않은 현상이나 부정적인 일이 생기면, 모두 입을 모아 "아베가···" "아베가··" 운운 했다. 뭐든 결론은 "아베가 나쁘다" "아베가 잘못했다"였다.

아베가 강한 지도력을 발휘하고 영향력이 커질수록 반대세력은 아베를 비판했다. 좌파 진보계열 지식인과 언론, 미디어에 아베는 ‘나쁜 놈’이었다. "아베가···" "아베가···"는 매일 반복됐다.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사회다. 강력한 지도자가 나타나면 그에 대한 비판이나 저항이 당연히 일어날 수 있다. 더구나 자민당 장기 집권에 비판은 따르기 마련이다.

아베 전 총리를 총격한 범인의 동기는 정치적 배경 없이 단순한 개인적 원한이라고 한다. 통일교 신도인 어머니의 거액 기부로 재산을 탕진하는 동안 가업도 몰락했는데,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 관련단체 행사에 메시지를 보낸 것을 알고 아베를 원망해 왔다는 것이다. 범인은 자기 집의 불행에 대해 "아베가 나쁘다"고 착각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아무 관계 없는 아베 전 총리에게 한풀이를 한 셈이다. 범인은 좌파 진보세력이 결코 아니었지만, 일본사회에서 반(反)아베 세력이 미디어 등을 통해 일상적으로 해왔던 "아베가 잘못이다" "아베가 나쁘다"의 영향을 받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아베 피격사건 직후, 한국인 친구가 필자에게 혹시 범인이 한국인 아니냐고 물었다. 상상도 못할 일이라 바로 부정했지만, 나중에 범인의 ‘착각’을 알고 나서야 한국 언론의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과 비난 일변도의 부정적 평가를 떠올렸다. 국제적으로 보면, 한국은 아베 전 총리에 대한 평가가 가장 낮은 나라였다. 특히 문재인 정권 하에서는 아베는 ‘가장 나쁜 놈’이었다. 아베에 대한 극단적 부정 평가는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 대한민국이 유일했다.

"아베가··· 아베가···" 운운 같은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언론이나 관련 뉴스는 평범한 사람들을 ‘착각’하게 만든다. 때로는 큰 비극으로 연결된다. 언제 어디서나 지도자에겐 공과(功過)가 있는 법이다. 그 평가에도 마이너스 플러스가 있다. 객관성과 균형을 잃어선 안 된다.

미국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아베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아베의 국제적 지도력을 다시 한번 높이 평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아베 평가, 관련 보도에 과연 문제 없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마침, 한국에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를 중요시하는 새 정권이 탄생했다. 사람은 죽고 나서 평가된다. 앞으로 정확하게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 ‘아베 일본’에 대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재평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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