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상원) 선거 당일(10일) 여당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당선자 이름 옆에 핑크색 장미를 붙이고 있다.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고 자민당·공명당·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 등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4개 정당이 3분의 2 이상 의석을 유지해 ‘개헌’ 노력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AP=연합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 당일(10일) 여당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당선자 이름 옆에 핑크색 장미를 붙이고 있다.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고 자민당·공명당·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 등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4개 정당이 3분의 2 이상 의석을 유지해 ‘개헌’ 노력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AP=연합

"참의원 의석 3분의 2 결집 노력을 계속하며 가능한 한 빨리 개헌을 발의해 국민투표로 연결하겠다."

집권 자민당 총재(대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참의원 선거 출구조사가 발표된 직후 10일 밤 도쿄 자민당 본부의 개표상황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민당의 압승으로, 1946년 공포 후 한번도 없던 ‘헌법 개정’이 탄력을 받을지 국내외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11일 오후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뜻을 이어받아, 특히 (그가) 열정을 쏟아온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와 헌법개정 등 못 다 이룬 난제를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방위력을 5년 이내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개헌은 8일 사망한 아베 전 일본 총리의 숙원 사업이었다. ‘군대를 보유한 보통국가’로의 복귀를 위해 아베 전 총리는 개헌과 안보강화에 의욕을 불태웠다. 2020년 8월 28일 건강 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할 때 "헌법 개정 중도에 직을 떠나게 돼 장이 끊어지는 듯한 고통"이라고 표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 군사력 확대, 북한 핵·미사일 능력 향상 등으로, ‘안보 강화’를 위한 개헌에 일본 국민들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며 중국의 대만 무력침공에 대한 불안감도 급증했다. 자민당은 자위대 헌법에 명기·긴급사태 대응 규정 신설·광역자치단체 단위의 선거제도 유지(통합선거구 해소)·교육 환경 충실화 등 4가지 구상이 담긴 개헌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현행 헌법 9조(전쟁 포기)를 유지하되, 자위대의 존재를 규정하는 ‘헌법 9조 2항’의 신설을 제안했다.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개편하는 방안의 개헌안으로 강한 비판을 받고 마련된 절충안이다.

자민당 내 전통적인 온건파 ‘고치카이’(宏池會)의 리더 기시다 총리가 최대 파벌인 강경보수 ‘세이와카이’(淸和會, 일명 아베파)와 합치된 목소리를 내고자 고심할 것이다. 최대 쟁점인 ‘5년 내 방위비 2배 증액’ 제안을 수용하면서, ‘아베노믹스’에서 벗어나 분배를 중시한 기시다의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분배의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게 기시다 경제정책의 골자다(작년 10월 총리 취임 첫 기자회견). 중장기적으로 ‘고치카이’ 기반을 강화하며 단기적으론 보수파를 배려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한일 관계에선 기시다 내각의 막강한 실력자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1월, 한국이 강하게 반대했던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을 보류하려다 아베 전 총리의 압박으로 선회한 바 있다.

‘징용공’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선 ‘역사적 팩트에 입각한 처리’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주도한 기시다 총리(당시 외무장관)는 ‘한국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누차 견해를 밝혔다.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최고위급 인사들이 파견돼 뜻밖의 ‘조문 외교’가 이뤄지게 됐다. 조문 사절단은 가족장(12일) 이후 일본정부와 자민당이 합동 개최하는 공식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며, 방일 시점은 유동적이다.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결안의 윤곽이 나온 상태에서 일본 측과 회담을 가지려 했으나, 이번 조문 방문에서 현안 문제도 어느 정도 거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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