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꿘’은 대한민국 최초의 세습귀족
‘운동꿘’은 대한민국 최초의 세습귀족
  • 강지연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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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당시 송갑석 전대협 의장(중앙) [연합뉴스 자료사진]
1990년 당시 송갑석 전대협 의장(중앙) [연합뉴스 자료사진]

-졸업정원제 이전, 열명 중 두명만 대학 가던 때 SKY 등 명문대 위상은 지금 하버드대 수준

-운동권의 명문대 사랑은 강남 사랑으로 진화. ‘강남좌파’ 아니라도 ‘분당좌파’ 정도는 돼야

-운동권은 대한민국 최초의 세습 귀족. 그래서 60대와 20대가 지지율에서 만나게 되는 것

대학생이 벼슬이던 시대가 있었다. 1981년 전두환 대통령이 졸업정원제로 대학문을 확 넓히기 전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20%대에 그쳤다. 열 명 중 두 명만 대학을 갈 수 있었던 그 때, SKY 등 명문대 위상은 지금의 하버드대에 버금가는 위엄을 떨쳤다.

‘유승민 친구 아들’에 불과한 이준석이 ‘하버드생’이라는 타이틀 하나로 단번에 청년정치의 신데렐라(신데렐라의 남성형은 뭘까? 신데렐론?)로 떠오른 현상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외국 명문대학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이 약관의 청년 이준석 말에 솔깃해서 귀 기울이고 있지 않는가. 당시 대학 문턱을 밟아보지 못했던 대다수 국민들이 명문대 대학생의 말에 상당한 권위를 부여했으리라는 점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지금 서민가정에서 외국대학 유학은 언감생심이듯, 70년대에 명문대학 진학은 어느 정도 재력이 갖춰지지 않은 집안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보릿고개 시절에도 스카이캐슬은 있었다. 당시 부자들에게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를 위해 입주 과외교사를 들이는 건 흔한 일이었다.

가난한 집안의 수재들은 상고에 진학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금 대부분의 서민 중산층 가정 출신 대학생들은 70년대 상고 진학생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부끄러울 것도 없지만 크게 내세울 만한 스펙도 아니다.

◇고려대 74학번 설훈과 서울대 78학번 유시민

설훈
설훈
유시민
유시민

민주당 최고위원 설훈과 민주당 계열 정치인 유시민이 최근 20대 남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호된 곤욕을 치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훈은 최근 민주당의 20대 남성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서 “이명박근혜 시대에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이라고 남탓을 했다.

유시민은 “축구하고 롤(게임)하느라 바빠서 취업 준비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는 엉뚱한 진단을 내놨다. 이를테면 명문대생이 상고 재학생들한테 “너희들은 왜 주판알만 튕기고, 나처럼 데모는 하지 않느냐”고 윽박지른 셈이다.

운동권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탄생한 귀족계급이다. 귀족의 특징은 신분 세습이다. 설훈은 고려대 74학번이고, 유시민은 서울대 78학번이다. 이들은 민주화 운동 좀 했다고 세상 고생 다 한 것처럼 으스대지만 실상은 고생이라곤 모르고 지낸 세대다. 산업화 세대가 피땀 흘려 이룬 3저 호황의 열매를 이들이 독식했다.

비록 명문대가 아니더라도 대학만 졸업하면 무조건 취업이 되던 시대였다. 심지어 학점도 토익도 필요 없었다. 87년 민주화 항쟁을 통해 정권도 한 번 뒤집어봤다. 이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 중 하나가 ‘나 때는 말이야’다. 꼰대 육하원칙 중 When에 해당한다.

말 나온 김에 ‘운동권 꼰대’의 정신세계를 꼰대 육하원칙에 의거해 분석해 보자. 나는 당시 설훈과 유시민이 데모 열심히 한 것과 이준석이 종편방송 출연에 열심인 이유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들은 희소한 학벌자산을 기반으로 자신에게 쏟아지는 대중적 스포트라이트를 나름의 방식으로 이용했다.

전자는 민주화 투쟁으로, 후자는 청년정치로 포장했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자기가 잘난 줄 아는 도련님들의 자의식 배설’에 다름 아니다. 이들의 주제곡은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다. 꼰대 육하원칙 중 Who(내가 누군줄 알아?) 되시겠다.

◇운동권의 학벌 카르텔

운동권의 학벌 카르텔은 유명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을 지낸 연세대 출신 홍종학은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는 제목부터 지나치게 솔직한 저서를 통해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이 자주 보도되는데, 그들은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데 성공했는지 몰라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들은 세계의 천재와 경쟁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소양이 없다.”고 준엄하게 설파했다.

자기 힘으로 구멍가게 하나 운영해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 산업현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기업인들에게 훈계할 자격이 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것이다. 꼰대 육하원칙 중 What(니가 뭘 안다고)이다.

운동권의 명문대 사랑은 강남 사랑으로 진화했다. 이들은 ‘강남 좌파’란 말을 조롱이 아니라 칭찬으로 알아듣는다. 좌파를 자처하는 한 지인은 ‘나의 꿈은 강남좌파’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는 명문대 출신인 자신이 한낱 ‘용인 좌파’에 불과한 것을 한스러워 한다. 적어도 ‘분당 좌파’ 정도는 돼야 체면이 산다고 생각한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내가 강남 살아보니 모든 국민들이 강남 살 필요는 없다”는 호기로운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장하성 강남 발언의 자매품으로 유시민 외고 발언이 있다. 이들의 속내는 명문대 출신도 아닌 것들이 어디 강남에서 살고 어디 자식들을 외고에 보내려 하냐는 지독한 선민의식이다. 꼰대 육하원칙 중 Where(어딜 감히)이다.

운동권 권위주의는 군사정권 뺨 때린다. 운동권이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하면서 성장한 세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실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군사정권의 권위주의가 힘의 우위에 기반한 것이라면 운동권 권위주의는 ‘우리는 옳다’는 도덕적 우월의식에 근거한다.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예령 기자가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으려는 자신감의 근거는 뭐냐”고 묻자 문빠들은 우리 ‘달님’에게 어떻게 그렇게 무례한 질문을 할 수 있냐고 난리가 났다. KBS 최경영 기자는 동료기자에게 ‘공부 더하라’고 훈계질까지 했다. 박근혜 대통령 기자 간담회 때는 ‘박근혜 개같은 년’이란 욕설까지 했던 그다. 꼰대 육하원칙 중 How(어떻게 나한테 그걸)이다.

운동권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탄생한 귀족계급이다. 귀족의 특징은 신분 세습이다. ‘대한민국 대표꼰대’이자 ‘꼰대의 아이콘’ 홍준표 선생이 일찌기 ‘우파는 비겁하고 좌파는 뻔뻔하다’는 좌우 꼰대 식별 기준을 제시한 바 있는데, 특히 신분세습을 향한 운동권 꼰대의 뻔뻔함은 혀를 내두르게 하는 집요함이 있다.

귀족 중의 귀족인 강남좌파가 자식에게 기를 쓰고 물려주려는 두 가지가 강남 아파트와 로스쿨 진학이다. 강남좌파가 욕먹는 이유는 자신들이 귀족이라는 인식도 없고, 최소한의 책임의식도 없다는 점이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내가 좌파지만, 이 좋은 걸 내 자식한테 물려주면 왜 안 돼? 꼰대 육하원칙 중 Why(내가 왜?)다.

◇고생 않고 자란 4050 운동권 꼰대들

꼰대의 기본은 서열의식이다.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아래 사람 있다. 여기까지 읽는 독자들은 운동권 꼰대들이 사람의 우열을 나누는 기준이 학벌이라는 점을 눈치챘을 것이다. 학벌은 운동권 세대가 스스로 노력해서 획득한 유일한 자산이다.

반면 요즘 20대들은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인턴, 사회봉사, 성형수술이라는 스펙 9종세트를 쌓고도 취업이 어렵다. 만신창이가 된 ‘호모 스펙타쿠스(취업 불안감에 끝없이 스펙쌓기에 열중하는 취업준비생)’ 세대에게 손쉽게 취업했던 ‘오스트랄로 스펙쿠스(기본 스펙만으로 취업이 가능했던 과거 세대를 칭하는 말)’ 세대들의 꼰대질이 달가울 리가 없다.

한 부동산 카페의 게시판에는 ’20대와 60대의 절묘한 지지율 만남’이라는 글이 올라 왔다. “내가 보기에 그 두 세대 가운데에는 도저히 씨알이 안 먹히는 4050 꼰대들이 자리잡고 있음. 이들은 60대 70대나 지금 20대처럼 치열하게 살아온 세대가 아님. 고도성장기에 손쉽게 취업하고 부모 세대가 힘들여 일군 자산도 적당히 물려받고, 좀 힘든 기억이래 봤자 대학 시절 최루가스 좀 마셔 본 정도임. 그러나 윗세대한테는 개발독재 근성을 못 벗어났다고 막말하고 아랫세대한테는 이기적이니 근성이 없느니 꼰대질을 함. 그래서 20대 남자와 60대 남자가 지지율에서 만나는 것임.”

참으로 설득력 있는 분석이 아닐 수 없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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