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공공,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2)
경제와 공공,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2)
  •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 승인 20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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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유일의 분단국가 국방예산은 GDP 2.4% 불과. 저복지 진짜 원인은 방대한 공공부문

-공기업 비중 어마어마. 주택공사, 도로공사, 가스공사, SH공사 등이 기업집단 상위에 랭크돼

-규제와 예산 통해 국방, 교육, 방송통신, 보건의료, 건설·주택, R&D 분야 핵심플레이어 역할

<경제·고용 위기는 곧 정부·공공 위기>

지금 쓰나미처럼 밀어닥치는 경제·고용 위기의 핵심 원흉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치와 정부·공공이다. 대한민국은 조선 유교체제, 식민통치, 분단·전쟁과 정전체제, 국가주도경제발전체제로 이어지는 독특한 역사로 인해, 국가권력과 공공부문의 영향력은 상업(계약)과 자치분권의 전통이 강한 OECD국가(유럽, 미국, 일본, 영연방, 멕시코, 칠레 등)와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크다. 한국 정부서비스의 현주소는 사업 등을 통해 실물을 만져본 사람이면 다 안다. 세계경제포럼(WEF) 등의 평가 지표를 통해서도 그 국제적(상대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1.1.1. 예산과 기금

1987년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정부는 민간영역에서 생산과 소비에 쓰일 자원을 점점 더 많이 빨아들여 오히려 더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OECD주요국의 2016년 기준 정부 수입 및 지출, 국민부담률, 복지지출을 보면, 정부 수입(예산, 기금, 부담금, 재산수입 등)은 한국(34.64%)과 스위스(34.66%)가 거의 같다. 조세와 사회보험료의 합인 국민부담률도 한국26.3%)과 스위스(27.8%)는 엇비슷하다.

하지만 GDP 대비 복지지출은 한국(10.4%)은 스위스(19.7%)의 절반에 불과하다. 한국의 정부수입(34.64%)은 미국(32.88%) 보다 높고, 스위스(34.66%), 호주(34.99%), 일본(35.67%)과 거의 같고, 스페인(37.70%), 영국(38.44%)은 한국 보다 불과 3~4%포인트 높을 뿐이다. 그런데 복지지출은 미국 19.3%, 호주 19.1%, 일본 23.1%(2013년 기준), 스페인 24.6%, 영국 21.5%다.

정부 수입이나 국민부담률은 한국과 스위스가 비슷한데, GDP 대비 복지지출은 한국이 스위스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런데 OECD 유일의 분단 국가로서 40조 원 남짓(2017년 40.3조원, 2018년 43.2조원)한 국방예산으로는 정부수입 대비 현저히 낮은 복지지출을 설명할 수 없다. 국방예산은 GDP의 2.4%(2018년)인데, 미국은 3%가 넘고, 영국 2%, 일본조차도 1%가 넘는다.

이는 한국의 세계적으로도 높은 공무원 인건비(임금, 복지, 연금 등 직접 경비와 간접 경비)와 고비용 저효율이 명백한 교육예산, 경제예산(R&D, SOC, 정책금융 등), 지방예산 등을 빼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GDP의 10% 수준인 한국의 복지지출조차도 공무원, 교사, 군인 등 부자 노인들에게 너무 많이 지출하고 있다.

폐지 줍는 노인네들과 일가족 동반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송파 세모녀 같은 민초들에게 너무 무심하다. 대한민국은 저부담 저복지 국가가 아니라, 중부담 저복지 국가다. 대한민국은 공공양반들을 위한 가렴주구(苛斂誅求) 국가다.

OECD주요국의 정부 수입-지출-복지지출 비율

정부예산과 기금은 먼저 먹으면 임자로 여겨지다보니, 예산과 기금의 디테일을 꿰고 예산 편성·집행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최대의 수혜자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예산 배분에 관한한 공공성(국민전체의 이해와 요구)이 완전 실종 상태다.

지방예산 역시 주민이나 정당(지역 정치조직)들에 의한 감시, 견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아, 지자체장의 정략적 목적으로 오남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는 예타면제 정책 등을 통하여 특수이익집단과 정치인들의 예산 약탈, 오·남용 행위를 오히려 조장한다. 국회, 지방의회, 지자체장 등 공공적 역할을 전제로 큰 권한을 부여받은 대리인들도 특수이익 집단의 앞잡이에 불과하다.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나 거대한 국민연금 기금은 생산과 소비에 쓰일 돈을 과도하게 퇴장(축적)시키고 있다. 성격상 저위험-저수익 투자(주로 국채)에 치중할 수 밖에 없기에 투자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한답시고 국내주식 투자를 하지만, 주가와 투자수익률 착시만 일으킨다. 나중에 현금이 필요할 때 팔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못한 가계 유휴 자금은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리게 되고, 기업의 유휴 자금은 과잉 저축되고 있다. 특히 국내투자와 고용에는 인색하다. 과도한 법인세와 약탈적 상속세 등은 국내에서 기업을 할 의욕을 앗아가고, 대를 이어 기업을 유지, 운영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든 공기업 및 공공기관과 그 자회사들과 협력업체들은 정권의 전리품이 되었다.

1.1.2. 공기업과 무늬만 민간기업

한국 생산물 시장, 금융시장, 부동산시장, 노동시장의 핵심 특징 중의 하나는 거대한 공기업군과 국가의 법령(규제)및 사법권에 의한 변칙적 통제다. 한국은행(2017년 공공부문 계정(잠정))에 따르면, 공공부문(정부+공기업)의 GDP 대비 총수입 비중은 2015년 47.0%, 2016년 47.0%, 2017년 47.1%(잠정)다.

2016년 기준 한국의 공기업 수입은 GDP의 12.4%, 2017년은 11.8%다. 이렇게 비대한 공기업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 외에는 없다. 그런데 프랑스 공기업은 한국과 전혀 다른 존재다. 시장 독점도 아니요, 철밥통도 아니요, 신의 직장도 아니다.

한국은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만큼이나 공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이 크다. 자산기준(2016년) 기업집단 서열을 보면 1위는 삼성, 2위 현대자동차, 3위 한국전력, 4위 한국토지주택공사, 10위 한국도로공사, 14위 한국가스공사, 20위 SH공사 순이다.

뿐만 아니라 8위 포스코, 13위 농협(4대 금융지주회사의 하나), 17위 KT는 공기업은 아니지만, 정부가 변칙적 방식—주로 검찰의 표적 수사와 국세청의 표적 조사 등— 으로 비자금, 뇌물수수, 납품비리 혐의로 경영진을 구속 혹은 자진 사퇴를 유도한다. 이들은 무늬만 민간기업이다. 수협과 4대 금융지주 회사 등도 마찬가지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관리하는 부실기업들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와 정부는 전력, 가스, 석탄 등 에너지 산업 외에도, 규제와 예산을 통하여 국방, 교육, 방송통신, 보건의료, 건설·주택, R&D 분야에서도 핵심 행위자(player)다. 이는 사적 자치(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자유로운 계약) 내지 경제주체들의 자율책임 하에 맡겨둔 곳이 그만큼 협소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정부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여 기업 경영 간섭에 나서고 있다.

1.1.3. 법령(규제)과 사법(형벌)

한국 정부·공공의 특징은 그 인적 재정적 규모와 지출 내용이 아니라, 금지, 제한, 강제의 총체인 법령(규제)에서 연유한다. 하지만 이는 계량화(통계화)가 곤란하여 기업인들의 주관적 평가 외에는 국제통계(WEF 등)도 별로 없다. 법령(규제)과 사법은 실물을 다뤄보지 않으면 그 실체도, 영향도 알기 어렵다.

1987년 이후 공공의 이름으로 정부가 강제하는 의무, 부담 혹은 금지, 제한의 총체인 법령(규제)과 형벌은 현실을 훨씬 촘촘하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과거에는 헐렁헐렁했던(사문화되었거나 허술한) 법령(규제)이라는 강제력이 점점 시장과 사회를 조여오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와 법치의 발전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법령(규제)과 집행(행정과 사법) 품질이 좀체 나아지고 있지 않다. 법령(규제)과 관료의 현실에 대한 강제(규율)력은 높아졌지만, 입법자, 집행자, 해석자들의 지력과 공심은 그만큼 높아지지 않으니, 불합리한 법령(규제)의 패악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은 지방 차원에서 변형, 완충할 여지가 없기에 그 패악이 더 크다.

시장과 사회 구석구석에 거칠고, 편향되고, 경직된 법령(규제)이 밀고 들어오면서 그 동안 이해관계자 간의 자치, 자율에 의해 굴러가던 시장과 사회를 옥죄고, 뒤틀고, 파괴하고 있다. 변칙, 편법, 탈법, 불법을 전제로 법 조항에 박아둔, 오랫동안 사문화된 진보적 이상과 당위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로 인해 복잡미묘하고 변화무쌍한 실물을 다루는 모든 가치 생산자들; 기업인, 기술자, (창의와 열정이 넘치는) 공무원, 의사, 간호사, 경찰관, 소방관,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등이 실물을 모르고 도덕=당위의 칼을 휘두르는 자(정치인, 관료, 사법당국, 감독·감사 기관, 교수, 시민단체)들에 의해 난자 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자유와 공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최고, 최대의 위협은 할 일은 안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열심히 하는 정치, 정부, 공공기관이다. 우리시대 최고, 최대의 개혁은 정부·공공 개혁이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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