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김대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핵심 징계 사유는 ‘자신의 형사 사건과 관련 김철근 실장에게 사실 확인서 등 증거인멸과 위조를 교사했다는 혐의’다. 갈등의 시발(始發)인 성상납 혐의도, 지난 1년여 동안 세 번의 가출 소동과 모욕적 언사로 당과 윤후보를 위험에 빠뜨린 언행도 징계 사유가 아니었다.

윤리위가 준거로 삼은 ‘사회적 통념과 기준’에 비추어 ‘증거인멸과 위조 교사’는 사실로 믿어지고, 또 매우 부도덕한 행위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를 비롯한 몇몇 정치인과 논객들은, 이 대표 징계에 대해 윤핵관의 거수기에 불과한 윤리위를 앞세운 ‘마녀사냥식’ 당권 찬탈 음모요, 2030세대를 당 지지 대오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어리석은 자충수란다.

이처럼 객관적 사실, 보편적 이성과 윤리의 총체인 ‘사회적 통념과 기준’에 눈 감고, 오로지 정치적 음모와 정치공학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것은 어디선가 많이 보던 것이다. 바로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서초동에 모여 ‘조국 수호-검찰 개혁’을 외치던 자들의 사고방식이다. 이들은 조국 사태를 윤석열과 정치 검찰의 추악한 욕망의 산물로 규정했다. 하지만 광화문 백만 시민의 피끓는 외침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통념과 기준에 뿌리를 둔 의로운 분노와 애국심으로부터 나왔다.

중국 속담에 "젊어서는 ‘수호지’를 읽지 말고, 늙어서는 ‘삼국지’를 읽지 말라"고 했다. ‘삼국지’를 경계한 것은 대체로 음흉하고 교활해지는 늙은이가, 정치 윤리나 소명(국가비전·전략 등)과는 담쌓고 온통 위장·기만·권모술수로 점철된 ‘삼국지’를 읽어 더 음흉하고 교활해질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한국 정치가 타락했어도 음모나 꼼수나 공학이 능사인 게임이 아니다. 진실·이성·윤리·소명도 엄연히 살아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