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이 자국뿐 아니라 실제 매출을 올리는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디지털세의 ‘필라1’ 도입 시기가 1년 연기된다. /연합
다국적 기업이 자국뿐 아니라 실제 매출을 올리는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디지털세의 ‘필라1’ 도입 시기가 1년 연기된다. /연합

구글, 페이스북, 삼성전자 등 다국적 기업이 자국은 물론 실제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디지털세의 ‘필라1’ 도입 시기가 1년 연기된다. 디지털세는 크게 필라1과 필라2로 구성된다. 필라1은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권을 매출이 발생한 국가들이 나눠 갖는 것을 말하며, 나라마다 다른 법인세의 최저한세율을 15%로 정한 것이 필라2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주요 20개국(G20)의 포괄적 이행체계(IF)는 전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필라1의 진행 상황 보고서를 공개했다. IF는 "다국적 기업의 세원 잠식을 통한 조세회피 방지 대책(BEPS)’ 이행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체로서 디지털세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IF는 우선 필라1의 시행 시기를 당초 합의한 2023년에서 2024년으로 1년 미루기로 했다. IF는 올해 상반기에 필라1의 모델 규정(입법 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부 쟁점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일정을 늦추게 됐다.

특히 다국적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이미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 경우 해당 국가에 배분될 과세권 규모를 제한하는 ‘세이프 하버’ 규정과 관련해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기획재정부는 전했다. 이에 따라 IF는 일단 모델 규정 초안을 마련한 뒤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10월 말까지 최종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이후 내년 상반기에 합의 이행을 위한 다자협약을 체결하고, 2024년부터는 필라1을 시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간 기준으로 연결 매출액이 200억 유로(약 27조원), 이익률이 10% 이상인 다국적 기업은 글로벌 이익 가운데 통상이익률(10%)을 넘는 초과이익의 25%에 대한 세금을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납부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가 과세 대상에 해당할 전망이다.

이외에 매출액이 200억 유로를 넘지만 통상이익률이 10% 미만인 다국적 기업도 경우에 따라서는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 3~5개가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필라1 모델 규정의 초안을 보면 IF는 다국적 기업의 공시 가운데 매출액·이익률 기준이 충족될 경우 필라1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단, 이 경우 해당 연도뿐 아니라 직전 4개년 중 2개년 이상, 최근 5개년 평균 세전 이익률이 10%를 초과해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로 적용한다. 매출이 늘면서 새롭게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다국적 기업에 대해서도 과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도록 이익률 요건을 추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다국적 기업이 세금을 납부하는 최종 시장 소재지국은 매출 귀속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완제품은 최종 소비자에 대한 배송지를 시장 소재지국으로 보고, 부품의 경우 해당 부품이 포함된 완제품의 최종 배송지를 시장 소재지국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 기업이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에서 이 반도체로 휴대폰을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한다면 A 기업은 미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

과세권은 국가별 매출이 100만 유로 이상인 경우에만 배분하되 국내총생산(GDP)이 400억 유로 이하인 국가는 매출이 25만 유로를 넘어가면 과세권을 주기로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다국적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이중과세 제거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모델 규정 초안을 담은 필라1의 진행 상황 보고서는 오는 15일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 보고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