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이달 20일 총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산업계가 파업을 앞세운 강성 노조들의 ‘너죽고 나죽자’식 하투(夏鬪)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의 상흔이 가시기도 전에 레미콘·철근콘크리트 노조의 연이은 파업에 건설업계가 셧다운 위기에 몰렸고 자동차·조선·항공·여객·주류업계 등으로도 노사분규의 들불이 급속히 번지고 있는 상태다.

12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 중심의 산업 전환 요구에 정부가 답하지 않으면 이달 20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회견에서 "조합원들이 85%의 압도적 의지로 파업을 결의했다"며 "정부가 입장과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가장 높은 수위의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된 하반기 투쟁계획을 발표했다. 금속노조 총파업을 시작으로 9월 24일 하반기 투쟁 선포 결의대회, 11월 12일에는 10만 조합원 총궐기 대회를 열 계획이다. 원자잿값·유가·환율·금리가 모두 급등하는 퍼팩트스톰 속에서 기업들의 파업리스크가 가중되면 국가 경제가 파탄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잇단 지적에도 전혀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올해 노조들의 하투는 엄포를 넘어 이미 시작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국 42개 사업장에서 파업 등 노동쟁의가 발생했고 지난 1일 기준 26곳에서는 아직 분규가 진행 중이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건설업계다.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서울·경기·인천지부가 하도급대금 증액을 관철시키고자 지난 11일부터 GS건설·삼성물산 등 수도권 14개 시공사, 15개 현장의 공사를 중단했다. 노조의 무력시위에 건설사들이 속속 합의에 나섰지만 12일에도 9개 시공사의 10개 공사현장이 올스톱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의 화물연대 파업과 이달 1~3일 운송료 인상과 노조 인정을 요구한 레미콘 운송노조의 파업에 이은 파업 3연타로 건설업계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3일 타결된 레미콘 운송노조 파업에 의해 158개 레미콘 제조사가 입은 피해액만 6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불법조차 서슴지 않는 후진적 쟁의문화의 파편은 조선업계에도 덮쳤다. 금속노조 산하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원 120여명이 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2일부터 옥포조선소 제1도크 내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해양은 매일 매출 260억원, 고정비 6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피해액만 2800억원 규모다. 파업 후 경영난에 처해 폐업한 협력사도 7개사나 된다.

참다못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과 협력사는 지난 11일 불법파업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임직원들은 이날 "대우조선해양은 국민의 혈세로 지원된 빚을 갚아야 할 의무가 있다"며 "불법파업은 간만의 조선업 호황으로 찾아온 기회를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라고 큰 우려를 표했다.

강성노조가 장악한 자동차업계 역시 파업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한 현대차 노조가 교섭 차질을 빌미로 지난 4일 쟁의권을 확보한 것이다. 노조는 지난 9일 특근을 거부하며 사측을 압박한데 이어 오는 13일까지의 본교섭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 파업 카드를 꺼내들 태세다. 르노코리아 노조도 지난 7일 임단협 결렬을 선언한 뒤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이수화학 노조 파업, 민주노총 화물차주 노조의 하이트진로 운송 거부, 광역버스업체 경진여객 노조 파업,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임금협상안 부결 등 업종을 불문한 산업계 전체가 하투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국가 경제의 위기 국면을 도외시한 채 파업을 볼모로 생산성을 초과한 무지성 요구를 자행하는 노조들의 행태는 오히려 경제활동과 일자리를 위축시켜 노사 공멸을 이끌 수 있다"며 "지난 택배노조와 화물연대 파업에서처럼 강성노조의 명분 없는 집단행동은 결코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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