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김성회

오랫동안 권위주의 대통령 시대를 지나온 대한민국에서 ‘권위’와 ‘불통’은 금기였다. 오죽하면 대통령 선거 때마다 청와대 이전 이야기가 나왔겠는가? 오죽하면 ‘불통’이라고 찍힌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소통’이 대통령 선거 최고의 공약이 되었겠는가?

윤석열 대통령 시대에 들어와서 ‘권위’를 내려놓고, ‘소통’을 위한 시도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과 도어스테핑이 시도됐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국민들 품으로 돌려주고,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청사로 이전하는 것은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불구하고 성공리에 수행되고 있다.

처음엔 청와대 개방과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대한 반대가 빗발쳤다. 광화문으로 이전한다더니 용산의 국방부 청사로 옮기느냐고 하며 혈세낭비를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것에 대해 군부 권위주의시대로 돌아간다느니 하는 비판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무속 프레임’까지 동원하여 청와대 이전을 비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으로 이전하며 도입한 것이 도어스테핑이다. 도어스테핑은 대통령 출근길에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으며 정책 현안에 대해 소통하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청와대처럼 춘추관과 대통령 직무실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했지만, 용산의 대통령실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듯 윤석열 대통령은 ‘권위’를 내려놓고,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권위주의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불통’이었던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불통’은 악이요 ‘소통’은 선이었다.

그렇기에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기고, 출근길에 자연스럽게 기자와 문답을 하는 도어스테핑을 도입한 것이다.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부드럽고 소탈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제는 도어스테핑과 같은 대통령의 소통 노력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책에 관해 ‘정제되지 않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비판을 한다. 심지어 정치평론가 진중권 씨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도어스테핑을 거론하고 있다.

도어스테핑뿐이 아니다. 휴일에 대통령 부부가 영화관을 찾아 영화를 보는 것도 시비 건다. 평범한 모습으로 시민들과 일상생활을 공유하려고 했던 것조차 "부부가 쌍으로 대통령 놀이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한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민 밉상’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 정도 되면, "손주 귀여워하다가 수염 뽑힌다"는 옛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부드러운 대통령, 소통하는 대통령에게 돌팔매를 해도 유분수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더니, 진영논리와 비난이 일상화된 우리의 정치·언론 환경에서 도어스테핑은 ‘돼지 목에 걸린 진주목걸이’고 ‘개발에 편자’라는 느낌마저 든다.

그야말로 ‘과유불급’이다. 우리의 정치 환경에서 너무 빠른 환경변화로 인한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부드럽고 소통하는 대통령도 좋지만, ‘위엄’과 ‘영’이 서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힘 있는 국정개혁이 가로막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명령은 분명하다. 문재인 정권이 무너뜨린 국가정체성을 바로잡고, 586들의 각종 비리를 척결함으로써 국가기강과 법치를 바로세우라는 명령이다. 그러기 위해선 부드럽고 소통하는 대통령도 좋지만, 대통령의 권위와 영을 바로세워야 한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권위를 훼손하고 도전하려는 행위에 대해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위엄이 없으면 기강이 바로서지 않고, 기강이 무너지면 국정개혁을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통령실의 제대로 된 보좌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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