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이 만난 사람] 한미연합사 산 증인 임호영 예비역 육군대장

北, 대한민국 적화 한 번도 포기 안 해...한미동맹 연합방위 핵심이 연합사
文, 연합전력·방어태세 약화...트럼프·문재인 포률리즘 한미동맹에 악영향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공정과상식 포럼에 참석해 '새시대의 국가안보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석구 기자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공정과상식 포럼에 참석해 '새시대의 국가안보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석구 기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임호영 예비역 육군대장은 전략·작전통이다. 육사 38기로 임관했다. 25세 최전방 GP 소대장으로 군대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작전 참모를 도맡아 하다, 철원에 있는 6사단장과 에서 포천 5군단장을 역임한 야전 군인이다. 지금은 사단법인 군사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11일 오후 그를 만나 얘기를 이어갔다. 그는 한미연합사의 산 증인이나 다름없다. 그는 한민족의 비극, 6·25 전쟁부터 얘기를 꺼냈다. "대한민국의 탄생과 동시에 전쟁이 있었습니다." 그 6·25로 한미동맹, 혈맹인 군사동맹이 맺어졌다고 그는 말했다.

"동맹은 군사적인 거예요. 동맹은 외교적인 게 아닙니다. UN군 창설 후 한국 전쟁 참여를 결의하고 7월 6일 오산 위 중미령 고지에서 미 24사단이 북괴군과 최초로 교전을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천운이었다"고 임 대장은 말했다. "그때 한국 2, 15사단이 북 2군단의 진격을 저지해 3일간 시간을 버는 사이 미군이 들어왔습니다.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사령관에게 편지를 보내 유엔군에게 작전지휘권을 넘깁니다."

그는 정전협정의 유래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정전협정은 51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유엔군과 중국군이 정전하자, 휴전을 하자고 했어요. 근데 이게 3년을 끈 겁니다. 그 마지막 단계에 와서 53년 6월 말부터 유엔군하고 중공군하고 정전에 거의 합의를 했어요."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평화롭게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북괴가 침범해서 수백만 명의 사상자가 나오고 천만 이산가족이 생겼다" 이 전쟁을 이대로 못 끝낸다고 끝까지 버텼다.

그래서 정전 협정의 당사자들은 미국 중공 남북인데 이승만 대통령이 버텨 끝내 남쪽을 빼고 3자만 사인했다 . 전쟁은 비극이라 발발한 날이 아니라 종전 때 전승을 기념한다. 그런데 대한민국만 7월 27일 날 행사를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아직까지 이 전쟁이 끝났다고 사인을 안 했기 때문이다.

"종전을 선언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구비돼야 합니다.전 세계 전쟁사를 보면 한쪽이 완전히 전쟁에 져 무릎을 꿇었을 때, 또 하나는 한쪽이 적대적 의지를 포기하고 거기에 맞는 군사적 능력도 없을 때 그때 정전이 되는 거죠.

임 대장의 얼굴 빛이 상기됐다. 목소리도 높아진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달성이 안 돼 있어요. 북한은 한 번도 대한민국을 적화하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그들이 헌법보다 우위에 두는 노동당 규약에 남한의 적화를 버젓이 기재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미동맹의 가장 기본적인 연합방위 체제의 핵심이 한미연합사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평상시 얘기하는 육해공군 본부는 전투부대가 아니라 인원 물자 징집을 하고 인원을 만들고 훈련을 시켜 연합사에 넘겨주는 지원 부대입니다. 지상군 전방부대는 전부 연합사로 들어가게됩니다."

ㅡ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 한미 연합훈련이 사라진 건 문제 아닌가.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나와 콤비였던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역시 훈련 부족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ㅡ주한미군 아파치 헬기부대가 훈련 부족으로 일본, 알래스카 재배치를 검토했다는 말까지?

"AH-64 아파치 공격헬기 부대 등 한국 내 특정 병력을 훈련을 위해 일본과 알래스카로의 재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황당한 말까지 나온 게 사실이었다."

임호영 대장은 천상 군인이지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아들과 딸도 군 장교였다. /김석구 기자
임호영 대장은 천상 군인이지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아들과 딸도 군 장교였다. /김석구 기자

그는 주한미군 측에서 문재인 정권 때 "폐쇄된 사격장이나 민간 시위로 불충분한 사격장 사용으로 한미 연합훈련 준비태세에 악영향을 주고, 제병 협동 훈련에 지장을 줘 전력과 방어태세를 약화시켰다"고 털어놨다.

"당시 미군 측 불만은 주한미군에 2개 대대(48대)가 배치돼 있는 아파치 공격헬기 부대 훈련 문제가 가장 컸습니다. 과거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사격장(영평사격장)에서 훈련을 하다가 소음 민원 때문에 경북 포항으로 옮겼지요. 하지만 여기서도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훈련이 중단되곤 해 어려움이 많았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과 임호영 전 대장은 2016~2017년 북한 핵·미사일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한미연합사에서 사령관과 부사령관으로 호흡을 맞췄다. 브룩스와 임호영은 공사 간에 호흡이 척척 맞았다. 두 한미 예비역 대장은 미 권위지 공동 기고로 눈길을 끈 바도 있다. "‘포린어페어스’지에 기고를 함께 한 일이 있다." 브룩스는 재임 중 애국가를 4절까지 우리말로 부를 정도로 ‘지한파’였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공동으로 글을 쓰기로 하고 준비를 해와 결실을 앞두고 있다.

"브룩스 사령관과는 마음과 마음이 통합니다. 1년 전부터 한미동맹에 관한 공저 집필을 해왔습니다. 그 결실이 이르면 다음 달 즈음에 빛을 보게 될 겁니다."

두 사람은 북한을 어떻게 하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한미동맹 체제로 끌어들일 것인가를 고심했다고 한다.

임 전 대장은 "모든 것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초로 대북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진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브룩스 전 사령관도 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둘은 문재인 집권 때도 정권의 포퓰리즘행태를 직설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특히 두 사람이 연합사에 있을 때는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까지 꺼내들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한국에선 문재인 정권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물자반입 등에 소극적이어서 힘든 때였다.

임 전 대장은 "트럼프 정부의 포퓰리즘과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모두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인식 아래 글을 썼다"고 했다.

ㅡ정권이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왔다 갔다하면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군에서 힘이 들겠다.

"좌파 정권 때는 포퓰리즘으로 군의 힘을 너무 빼고, 그 반작용으로 우파가 집권하면 너무 강경 일변도로 나가는 경향이 있다. 국가의 영속성, 정책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미국이 50년간 일관되게 정책을 펴 소련을 해체시킨 걸 배워야 한다. 우리도 북한의 레짐 체인지를 위해서 국가전략을 일관되게 세워나가야 한다. 정권교체와 무관한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

임호영 대장은 천상 군인이다. 그러나 그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아들과 딸도 군 장교였다. 극가 현역 일 때 집안에 민간인은 아내가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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