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금리 첫 0.5%P 인상

기대 인플레이션 가파른 상승세...연준은 '울트라 빅스텝' 가능성
미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으면 외국인 투자자 자금 '썰물' 우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지난 6월 소비자기대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1년 후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6.8%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지난 2013년 기대인플레이션 집계를 내놓은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 가계는 지금과 같은 물가 폭등 국면이 적어도 1년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는 의미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게 형성돼 있는 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6~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를 단번에 1.0%포인트 인상하는 ‘울트라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으면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2.25%가 됐다. 미국의 현재 기준금리는 1.50~1.75%다. 미 연준이 물가잡기에 ‘올인’해 울트라 빅스텝을 단행하면 2.5~2.75%포인트가 돼 우리나라보다 0.25~0.5%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금리역전이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 달러는 주요국 통화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 연준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은 이를 더욱 가속화시켜 ‘킹 달러’로 만드는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일에도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가치는 유로당 0.9992달러까지 올랐다. 유로와 달러의 가치가 같았던 2002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유로 대비 달러가치는 올 들어서만 15% 이상 상승했다.

엔화 대비 달러가치는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연초 달러당 108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7.73엔을 찍어 2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108.50을 기록했는데, 이 역시 지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원·달러 환율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8.2원 오른 131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원화가 약세를 보인 2009년 7월 13일 1315.0원 이후 13년 만의 최고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미 금리역전은 외국인 투자자 자금 이탈의 불쏘시개가 돼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방아쇠’가 될 공산이 크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자본은 통상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은 상황에서 달러로 자금이 몰리면 환율이 급등하고, 수입물가는 더욱 가파르게 오른다. 특히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총 단기외채 규모는 1662억 달러(약 218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69억 달러 증가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이 본격화되면 국내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의 빅스텝 단행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위기감도 증폭되고 있다. 최근의 주가 하락은 경기침체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지수가 2050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에도 비상등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회사채 발행 규모는 9조4074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7조4888억원 대비 46.2% 급감했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새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이어온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기조를 철회하고 건전 재정기조로 전환한 것 역시 경기침체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는 내년 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GDP의 3% 이내에서 통제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특히 한국은행의 빅스텝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세는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분이 다음달 지표에 반영되면 물가상승률이 7%대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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