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천동설(天動說)
한반도의 천동설(天動說)
  • 최성재 교육평론가
  • 승인 20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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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북한에선 지금 천동설 신봉자들이 나란히 정치·사회·문화 권력을 틀어쥐고, 어깨동무하고 파안대소하며 ‘남측’에 오직 하나 남은 세계 10위권 경제 권력마저 사실상 거의 접수하고서, 지동설(地動說) 신봉자들의 입을 틀어막거나 ‘혹세무민하는’ 자들을 한민족 공동체에서 격리시키고 찬란한 ‘우리끼리’ 통일 대국의 백일몽을 꾸고 있다.∥

They were no longer actors on a stage; they were pawns on a board and the all- powerful players of the diplomatic and military game would replace them on the board and sacrifice them once again whenever this might happen to suit their convenience. --- Toynbee's 『A Study of History』

(그들은 더 이상 무대 위의 배우가 아니었다, 그저 장기판의 졸이었을 뿐! 이제 외교와 군사 경기의 막강한 선수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여차하면, 졸들을 장기판에서 바꿔치기도 하고 희생시키기도 했다.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번역: 최성재)

[《모나리자》는 왜 프랑스에 있을까]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모나리자》는 왜 불멸의 천재 화가가 태어나고 자라고 활동한 이태리의 어느 박물관이 아니라 불란서의 루브르 박물관에 있을까. 그가 ‘인류의 애인, 인류의 가장 사랑스러운 문화유산’을 고이 싸 들고 막 문명의 빛이 스며들기 시작하던 야만스런 불란서로 갔기 때문이다. 밀라노를 어린애 팔 비틀 듯이 쥐어 패고, 고양이가 쥐 잡듯 갖고 놀다가 통째로 와작와작 씹어 먹지는 않고 팔 하나 정도 생으로 뜯어 먹고, 사냥터나 행락지에서 돌아가듯 휘파람 불며 돌아가던 프랑수아 1세(재위 1515~1547)의 은혜에 감복하여 기꺼이 따라갔기 때문이다(1516).

왜? 피렌체든 로마든 밀라노든, 더 이상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늙은 몸이 말년에 또 무슨 험한 꼴을 당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건 또 왜? 이태리반도에 산재한 60 내지 70개의 고만고만한 도시 국가들이 아무리 르네상스 문명이 찬란하게 발달했네, 공화 정치도 발달했고 전쟁 기술도 발달했고 외교 술책도 고도로 발달했네, 백 날 천 날 입에 거품을 품어 봐야, 불란서나 오스트리아, 스페인의 압도적인 힘 앞에 그 하나하나가 그저 장기판의 졸(卒)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태리반도의 빛나는 도시 국가에 자극을 받아 중세의 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이들 세 강대국에 비하면, 이태리반도 전체가 심심풀이 장기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굴욕]

그보다 약 2천 년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장소는 서양 문명의 발상지, 코딱지만 한 그리스반도였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두 도시를 중심으로 거기도 60 내지 70개 정도의 도시 국가(polis πόλις)로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얼마나 독립심이 강하고 자존심이 셌던지 폴리스마다 달력도 제각각이었다. 각 통치자의 재위를 기준으로 통일된 연도를 일일이 계산하여 어느 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최초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사람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투키디데스(BC 460?–400?)였다.

야만에서 겨우 첫걸음을 뗀 마케도니아가 압도적인 힘으로, 제우스의 번개와 천둥을 내리치면서 올림포스산에서 산사태처럼 밀고 내려오자, 저 잘난 척하던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위시하여, 이미 펠로폰네소스 전쟁(BC431~BC404)으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위시하여 고만고만한 폴리스들은 제대로 힘 한 번 못 쓰고, 성난 황소 앞의 황소개구리 떼처럼 너무도 허망하게 사지가 찢어지고 옆구리가 터졌다. 그것으로 영원히 끝, 찬란한 그리스의 폴리스여!

[유럽 열강과 일본의 도토리 키 재기]

20세기 전반부에도 이런 일이 두 번이나 있었다. 이번에는 경기장이 작은 반도가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였다. 두 번 다 주동자는 옛날로 치면 스파르타나 피렌체 정도에 해당하는 독일! 미국은 두 번 다 처음에는 팔짱 끼고 가만히 졸들끼리 사생결단으로 치고받는 꼴을 지켜봤다. 아니나 다를까, 기어코, 줄도 모르고, 간도 크게, 독일 또는 일본이 미국의 코털을 건드렸다. 그걸로 끝, 졸들 중에 못된 것들의 운명이 그날로 결정되었다.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넘어 태평양의 기적, 그러나]

대한민국은 경이적인 나라다. 일본 이후 세계 최초로 경제만이 아니라 과학과 기술, 문화와 스포츠, 정치, 군사, 소득분배(*)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서유럽의 전통적 네 선진강국 곧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 양적이든 질적이든 그들에 버금가는 선진강국으로 불과 두 세대 만에 우뚝 선 나라다.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태평양의 기적이다. 지구촌의 기적이다.

(*지니계수 Gini index는 낮을수록 소득분배가 잘 되었다는 건데, 세계은행 World Bank 2018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 국가 중 독일 바로 아래로 인구 5천만 이상의 나라에서 과히 경이적인 수준이다. 한국의 좌파가 얼마나 거짓 선전선동에 도통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http://povertydata.worldbank.org/poverty/home/

독일 31.7, 한국 31.6<2012>, 일본 32.1, 프랑스 32.7, 영국 33.2, 이탈리아 35.4, 인도 35.7, 중국 38.6, 미국 41.0

**세계은행의 2018년판에는 한국의 지니계수가 나와 있지 않음. 2013년 기준으로 독일이 31.4여서 한국 자료로서는 가장 최근 자료인 2012년 것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이 2018년에는 31.8 이상이 된다고 보아, 독일보다 못하다고 내가 추정한 것임.)

어떻게 그런 기적 아닌 기적이 가능했는가. 그것은 한반도의 과거 지향적 소중화(小中華) 천동설을 버리고,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와 시장경제의 미래 지향적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 지동설을 내면화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 대단한 것 같아도, 중국은 일당독재 국가에 여전히 개도국이라, 공산당원 8천만과 그 가족을 위한 국가라, 공산귀족 국가라, 양적인 면이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 한국을 따라잡는 것이 100년 안에는 불가능할 듯싶다. 그게 내 희망사항(wishful thinking)이기도 하고.

그런데 지구촌의 기적을, ‘파라다이스 코리아’를 스스로 부정하고 수치스러워하고 저주하는 진보연하는 자들이 ‘헬조선’ 깃발을 시도 때도 없이 흔들며 한반도의 새 천동설을 창발하여(북한식 용어) 널리 퍼뜨려 기어코 대한민국을 휘어잡는 데 성공했다.

[맹위를 떨치는 한반도의 천동설과 딜(Deal)의 명수 트럼프]

그들은 역시나, 호박씨나, 북한의 저 불쌍한 70년 인질 주민이 아니라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공산왕족 또는 공산귀족과 참으로 다정하게, 정이 뚝뚝 떨어지게 어깨동무하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봉창을 난타하는 격의 민족타령에 신바람이 났다. 3대 세습 공산왕조가 두 외세에 기대어 전쟁을 일으켜 수도 없이 죽이고, 그것으로도 성이 안 찼는지, 휴전과 평화의 철조망 안에서 걸핏하면 때려죽이고 굶겨 죽이고 가둬 죽이고 쏘아 죽인 게 다름 아닌 아무 죄도 없고 아무 힘도 없는 같은 민족이건만, 웬 민족타령에 신바람이 났다.

더불어 자유진영의 수호천사 또는 이웃사촌을 향해서는 노골적으로 각을 세우며, 반미반일(反美反日)의 각을 끈질기게 곧추 세우며, 한반도의 천동설을 7천만에게 강요한다.

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는 자, 반민족적 적폐세력으로 몰아, 검찰과 경찰과 사법의 찰진 도움을 받아, 10만 원 후원금도 계좌 추적하고 2500원 영수증도 뒤지고 휴대폰 압수하고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손목에 쇠고랑을 채우고 포토라인에 세우고 세무조사하고 압수수색하고, 한반도에서만 유효한 ‘네 죄를 알렷다, 유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여 일단 잡아 가두고 본다.

여론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남북의 여러 공동선언이 바야흐로 한꺼번에 찬란한 빛을 발하려는 순간, 산통이 다 깨져 버렸다. 한반도의 천동설에 동조하여, 1993년 이래 줄곧 평양의 태양을 오매불망 사모하여 큰 원을 그리며 빙빙 돌던 미국이 이번에 확실하게 목성급 행성의 지위를 감지덕지 받아들일 듯함에, 샴페인을 산더미같이 쌓아 놓고 평양발 하노이행 남행 쇼 열차를 가슴 두근거리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탄핵으로 쫓겨나야 할’ 트럼프 때문에 산통이 다 깨져 버렸다.

싱가포르에서 백전백승 젊은 대장님께 열렬하게 사랑을 고백하던 때만 해도 영 흐리멍덩한 것 같았던 노인이 갑자기 두 눈을 똑바로 뜨더니, 이렇게 말했다지, 아마.

“태양은 나야, 나! 너는 행성은커녕 행성 주위를 빙빙 도는 작은 위성이야. 행성의 지위에서도 퇴출된 명왕성, 그 주변에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를 정도의 작은 위성이야. 장난감 총 들고 그만 까불어. 나는 선수고 너는 졸이야, 알았어? 빠이빠이! --I am a player and you are a pawn. Is it clear? Bye bye!”

(2019. 5. 6.)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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