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기간 동안 빚을 불려온 가계가 떠안아야 할 이자부담도 폭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앞으로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주요국 성장세 약화의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 2.7%를 다소 하회할 것"이라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6%를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상승률도 5월 전망치인 4.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낮추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에서 4.5%로 크게 높여 잡은 바 있다. 하지만 금융통화위원회의 이날 진단은 다시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관련기사 7면

앞서 한국은행은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2020년 3월 16일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기준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해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리면서 ‘통화정책 정상화’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4월, 5월에 이어 이날까지 약 10개월 동안 1.7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들어 4월, 5월, 7월 등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도 전례가 없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 원자재와 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운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통화긴축을 통해 기준금리 격차를 벌리면 한국은행도 연내 2.75%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앞으로 기준금리가 0.5%포인트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가 1.75%포인트 뛰면서 가계의 이자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가계의 이자부담은 24조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구나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0.5%포인트 더 오르면 다중채무자, 2030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최근 2년 사이 레버리지를 활용해 자산을 사들인 ‘영끌족’과 ‘빚투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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