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 강제북송’ 사진 공개에 탈북 목회자들, 격한 반응 쏟아내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된 것...대한민국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
“탈북 단톡방도 난리...‘대한민국 믿을만한 국가인가’란 말까지”
“눈을 가리고 포박까지...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 아닌가”
“흉악범도 보호해 주면서, 북한 사람들에겐 그런 인권이 없는가”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사진은 당시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연합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사진은 당시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연합

통일부가 문재인 정권 시절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당사자들이 북송에 저항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지난 12일 공개하자 이를 접한 탈북민 출신 목회자들이 분노하며 격한 반응들을 쏟아냈다.

12일 공개된 사진에는 탈북 어민들의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던 문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안대를 벗기나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괴로워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자해하고, 맨바닥에서 발버둥치는 모습 등이 담겨 더욱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북한기독교총연합회(북기총) 대표회장 김권능 목사는 “이번에 사진을 보니 너무 심각하다. 탈북민들 중에는 중국에서 저렇게 끌려다닌 경험 가진 분들이 많은데, 남한에서도 이런 모습을 접하니 너무 힘들다고 한다”며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법과 질서를 말하시던 분들이 어찌 저렇게 법도 원칙도 없이 조치했는가”라고 안타까워 하며 “인도주의 원칙이 무엇인지도 묻고 싶다. 아무리 살인자라 해도 충분한 조사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눈을 싸맸을 뿐 아니라 안대를 풀 때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 북한으로 가는 것조차 알려주지 않은 것 같다”고 분노했다.

북기총 대표회장을 지냈던 강철호 목사(새터교회)도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된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분노가 생기고 치가 떨린다”며 “북한 주민이 한국으로 온다는 것은, 자유를 위한 기본적 인권 차원이다. 그런데 이들의 강제북송 이후 북한 전역에서 ‘탈북할 사람들은 하라. 이제 한국 정부와 잘 연결돼 있어, (탈북해도) 다 돌려받는다’ 이런 식의 교육을 하고 있다. 결국 자유를 열망하지 못하도록 동조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강 목사는 “저뿐 아니라 탈북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가족·친척은 아니라도, 같은 사람 아닌가”라며 “탈북민 단체장들 단톡방에서도 난리다. 대한민국이 믿을만한 국가인가 하는 말까지 나온다. 전 정부는 범죄자라서 돌려 보냈다는데, 북한 측 주장일 뿐이다. 북한에서 송환을 위해 살인자 프레임을 씌웠고, 전 정부는 북한에게 잘 보이기 위해 믿고 보낸 것”라고 말했다.

그는 “그냥 붙잡은 것도 아니고, 눈을 가리고 포박을 했다. 독재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 아닌가”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사람이 먼저다’, ‘인권변호사 출신’이라고 훈장처럼 이야기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이것이 대통령 지시 없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조사도 제대로 안 하고 5일 만에 보냈다는 것은 아무리 그들이 진보이고 북한과의 교류와 통일을 원한다 해도 어떻게 이럴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 여론이 또 찬반으로 갈리고 있다. ‘잘 보냈다, 살인자인데, 문제 삼는 건 문제’라는 의견도 있더라”며 “혹 자기 가족이었다면 자식이라면 그렇게 함부로 말할까. 범죄자, 흉악범도 인권을 이유로 얼굴도 가리고 보호해 주면서, 북한 사람들에겐 그런 인권이 없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진보 사람들은 박정희·전두환이 독재자라고 비난하지만, 김일성·김정일·김정은과 비교가 되는가. 왜 이들은 비난하지 않고 저렇게 잘 대해주는가. 앞뒤가 다르다”며 “그들은 평화와 인권을 말하면서, 왜 북한 인권에는 저렇게 침묵할까. 전 세계에 저런 독재자가 어디 있는가. 그런데도 대화하고 칭찬하고...진보의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가 묻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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