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이정민

지난 7월 8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준석 당대표에게 당원권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리며, 사실상 청년 당대표 시대의 막이 내렸다. 작년 6월 ‘청년정치’에 대한 커다란 열망과 희망을 안고 당대표가 되었던 처음의 기대는 오히려 절망과 분노만 남았다. 혹자는 청년정치를 훼방하는 기성 정치인들과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이준석이 진 것이라고 하지만, 그가 그동안 보여줬던 말과 행동들이 일반청년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에서 청년정치의 패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년정치인이라 한다면 2030세대의 일원으로서 그들의 실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겸허한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지만, 그는 자기 자신만을 대변하는 오만한 정치를 해왔다. 선거에서 이겨야 당대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그의 강박감은 이대남으로 대표되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2030세대의 젠더 갈등을 악용했다. 그 결과 질래야 질 수 없었던 지난 대선에서 0.7%의 근소한 승리, 그리고 압승이 예상됐던 지난 6·1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도지사선거 패배라는, 이겨도 진 것 같은 결과만을 남겼다.

또한 성접대 의혹으로 인해 당대표라는 본인의 입지가 불안해지자 마치 ‘윤핵관’ 등의 구태세력과 맞서 싸우는 혁명투사와 같은 레토릭으로 돌파하려 했다. 그 결과 오히려 국민의 눈에는 당내 신구권력 싸움으로 비춰지며 큰 혼란과 지지율 하락을 유발했다. 초록은 동색인지 국민의힘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윤리위원회를 두고 "반란군은 토벌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당대표는 왕이고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역모를 꾀하는 신하라는 말인지, 그들의 자기중심적 세계관은 오만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청년을 대표한다는 몇몇 정치인들의 오만한 행태로 인해 ‘청년정치인=오만’이라는 등식이 우리사회에 편견으로 한동안은 지속될 듯하다. "청년정치인은 신선하다"는 진부한 클리세를 그들 스스로 깨뜨려줬는데, 어찌 보면 그들이 남긴 유일의 성과라 할 수 있다. 참신함은 어떤 사고를 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물리적인 나이와는 상관없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생물학적인 연령에 따라 사람을 절대적으로 판단하는 편견은 우리사회에 반드시 없어져야 할 것이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다아시는 자신의 건방진 태도로 인한 오만이라는 편견을 스스로 극복하고 결국 엘리자베스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청년정치인들에게도 그들을 향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겸허한 자세를 기대해본다. 얼마전 그룹 부활의 리더인 김태원 작곡가가 유희열의 표절논란과 관련해 "거울을 보면 옷매무새를 만지거나 머리 모양을 본다. 하지만 전 저를 본다. 거울 속 자신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일침이 떠오른다. 국민과 대화하기전 거울 속 겉모습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길 바란다. 오만이 없으면 편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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