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7년까지 6873억원이 투입되는 한국형발사체(누리호) 고도화사업을 이끌 체계종합기업 선정 작업이 이달말 시작된다. 업계는 누리호 1·2차 발사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파전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나로호 2차 발사 모습. /연합
오는 2027년까지 6873억원이 투입되는 한국형발사체(누리호) 고도화사업을 이끌 체계종합기업 선정 작업이 이달말 시작된다. 업계는 누리호 1·2차 발사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파전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나로호 2차 발사 모습. /연합

우주항공업계가 ‘누리호(KSLV-Ⅱ, 한국형 발사체)’ 발사 성공의 기쁨을 뒤로하고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미국의 스페이스X와 같은 종합적 우주발사체 개발·발사 역량을 갖춘 우주항공기업 육성을 목표로 누리호를 통해 확보한 기술적 유산을 민간기업에 이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 기술을 이전받게 되면 민간이 주도하는 ‘K-뉴스페이스 시대’의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어 관련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누리호의 기술을 전수받을 민간기업을 찾기 위한 절차가 곧 시작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을 주관할 체계종합기업 선정이 그것이다. 정부는 이달 중 입찰 공고를 내고 9월까지 우선협상대상 기업을 낙점할 예정이다. 평가기준은 기술능력 90%, 입찰가격 10%로 알려졌다.

한국형발사체 고도화는 2027년까지 4차례 누리호를 추가 발사해 발사체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이때 체계종합기업은 누리호 1·2차 발사 때의 항우연처럼 전 과정을 총괄하는 선장의 역할을 맡는다. 이를 위해 항우연으로부터 누리호의 설계·제작·조립·테스트·발사 관련 기술을 이전받게 된다. 자체 기술력과 네트워크로 우주발사체의 개발·발사가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민간 우주항공기업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번 체계종합기업 선정은 국내 우주항공업계의 리더이자 글로벌 우주시장에서 경쟁할 국가대표를 뽑는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항우연 관계자도 "체계종합기업은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은 물론 2023년부터 2031년까지 1조9330억원이 투입되는 심우주 탐사용 ‘차세대 발사체(KSLV-III)’ 독자 개발사업에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공산이 크다"며 "국내 우주항공 생태계가 체계종합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전문가 대부분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파전을 예견한다. 정부가 입찰 참가자격을 누리호의 시스템·서브시스템·구성품 등을 제작·총조립해 납품한 실적이 있거나 5년간 300억원 이상의 실적 증명이 가능한 국내기업으로 한정해 사실상 두 회사 외에는 입찰조차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양사는 각각 ‘체계 총조립’과 ‘엔진 개발·총조립’ 부문에서 비교우위를 점한다. 먼저 KAI는 누리호 1·2차 발사에서 300여개 기업이 납품한 제품을 오차 없이 정밀 조립해 누리호라는 완성품으로 만드는 체계 총조립을 성공리에 완수했다. 누리호를 구성하는 부품 하나하나를 꿰뚫고 있다는 얘기다. 누리호 1단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이에 대응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심장으로 불리는 액체엔진을 개발했고 전체 엔진 6기의 총조립을 맡아 기술력을 입증했다. 발사체 엔진만큼은 국내에 경쟁자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재계서열 7위이자 우주항공분야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은 한화그룹의 가족으로서 투자 여력에서 KAI를 앞선다는 것도 강점이다. 한화그룹은 이미 지난 3월 오너 3세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을 수장으로 삼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세트렉아이 등이 참여하는 우주항공 컨트롤타워 ‘스페이스허브’를 출범시켰고 최근 우주항공·방산분야에 2조6000억원의 뭉칫돈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각자의 특장점이 워낙 뚜렷한 까닭에 최종 결과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심사를 맡은 한국연구재단 기술능력평가위원회가 체계 총조립과 엔진 개발 역량 중 어디에 높은 점수를 주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양사 역시 섣부른 예측을 자제하고 차분히 입찰을 준비 중인 상태다.

항우연 관계자는 "양사의 역량이 특화돼 있어 선정 결과와 상관없이 한동안은 KAI와 한화가 동반자로서 상호 협력하는 관계가 이어질 것"이라며 "누가 되더라도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생태계가 본격 활성화돼 한국 우주항공산업이 한단계 진화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