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들 ‘보수의 심장’ ‘우익의 상징’이라며 이념 강조
중앙일보, 좌파 신문보다 데 세계 “강경 우익 아이콘”
JTBC ‘아베는 극단적 우익’, SBS ‘군국주의자’ 표현
지나치게 주관·감정적...독자·시청자 자극 무책임 보도

아베 전 일본총리 피살 사건을 보도한 국내 언론들의 기사들. 맨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각사 지면 캡처 
아베 전 일본총리 피살 사건을 보도한 국내 언론들의 기사들. 맨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각사 지면 캡처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의 총격 사망 몇 시간 뒤 미국의 NPR(국립공영라디오)은 공식 트위터에 "분열을 일으킨 극단 보수주의자 아베 전 총리"라고 올렸다. 그러나 ‘분열’ ‘극단’ 등의 표현을 두고 "더 이상 진정한 보도라 할 수 없는 무능한 언론...참으로 한심하고 슬프다" "NPR은 쿠바 카스트로가 죽었을 때 ‘뛰어난 세계 인물’이라 극찬하지 않았는가?" "세금 지원은 안 된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NPR은 곧 그것을 내렸다. 대신 "극단 국가주의자"라 했다. 이용자들은 다시 "현대 민주주의에서 4번 총리에 당선된 인물을 전범 도조 히데끼처럼 다룰 수 있느냐" 등으로 비판했다.

NPR은 뉴욕타임스·CNN 등과 함께 손꼽히는 좌파다. 미국에서 국민 지원을 받는 유일 매체이나 한쪽 이념만을 고집한다. 다른 나라 총리 죽음을 알리면서도 그 이념을 극단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CNN·ABC 등 다른 좌파매체들은 ‘최장수 총리’ 등 수식어 없이 사실 보도만 했다. 과격한 표현은 물론 이념 딱지도 붙이지 않았다. 대한민국 매체들은 어떠했는가? 사고 날인 8일 등의 보도를 보자.

SBS 스브스레터 이브닝은 "아베는 집권하면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자위대를 키워왔는데요, 자위대 출신이 자위대 키운 우익 군국주의자 아베를 노린 거죠"라고 했다. 8시 뉴스는 "막강했던 ‘우경화 상징’…일본 정책 기조 바뀌나"라는 제목으로 "일본 우익의 상징...아베 전 총리의 집권기 동안 일본 우경화는 가속화 됐습니다"라고 보도했다.

JTBC는 앵커가 "아베 전 총리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총리였습니다. 극단적인 우익 성향으로 우리와는 오랫동안 대립해왔습니다"라고 하자 기자는 그가 "집권하는 동안 일본 사회는 극단적으로 우경화됐습니다"라고 받았다. (특이한 것은 JTBC는 "CNN ‘용의자, 아베를 특정종교단체 연관됐다 생각해 공격’"이라는 제목은 물론 기사에서도 CNN을 맨먼저 인용해 일본 경찰 발표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뒷전이었다. 보기 힘든 보도 방식이다. 현지 언론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사고를 보도한다는 것은 기자들의 상식이다. 기자 숫자나 취재원 접근 등에서 현지 언론과 특파원 1-2명을 둔 외국 언론사와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CNN을 앞세워 보도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두 방송은 ‘우익’을 넘어 각각 ‘군국주의자’와 "극단적인 우익"이란 표현까지 썼다. "우경화는 가속화"와 "극단적 우경화" 역시 강한 표현이다. 그야말로 극단 보도이다. 남의 나라 인물과 정치·사회 현상을 그렇게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근거가 분명한, 입증된 사실인지에 대한 큰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지나친 주관·감정 보도다. 시청자를 자극하는 무책임한 보도다. 중립 입장에서 분석·평가·설명하는 객관주의 보도원칙에서 한참 벗어났다.

이들 방송과 이념이 비슷한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아베를 각각 "보수·우익 세력의 구심점" "우익의 상징"이라고 했다. 이념을 덧씌웠다. 그러나 과격한 표현은 하지 않았다.

보수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각각 "보수의 심장," "우익의 상징"이라며 이념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강경 우익 아이콘"이라며 좌파 신문들보다 더 강한 표현을 썼다. 세 신문들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웬만한 대한민국 사람들은 아베 전 총리가 보수 정치인임을 알 것이다. KBS는 ‘상왕’이란 얼토당토않은 표현을 썼다. MBC는 ‘전 총리’라고만 했다. 두 방송은 별도 이념 표현은 하지 않았다.

독자·시청자들은 한일문제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다. 매체들은 그런 정서를 자극하려 한다. NPR에 미국인들이 분노한 것은 객관보도의 원칙은 물론 숨진 이에 대한 예의에서도 벗어났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본이 밉고 싫더라도 총 맞아 세상을 떠난 이에게 지나친 표현과 검증되지 않은 용어 사용은 삼갈 일이다. 사실만 보도하면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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