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수에 따라 징벌적으로 세금을 물리는 현행 종합부동산세를 전면 개편한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
정부가 주택 수에 따라 징벌적으로 세금을 물리는 현행 종합부동산세를 전면 개편한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

과세당국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납세자들이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종부세 부과에 불복해 시민단체와 납세자 등이 소송을 낸 사례는 여럿 있지만 법원의 판결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14일 A씨와 B씨가 삼성세무서장과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종부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하고,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달라는 A씨와 B씨의 신청도 기각했다. 위헌법률심판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심사하는 것을 말한다.

강남구 대치동과 서초구 방배동에 아파트를 소유해 각각 종부세 부과 처분을 받은 A씨와 B씨는 조세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당하자 지난해 3월 소송을 냈다. A씨는 200여만원, B씨는 1000여만원의 종부세가 각각 부과됐다.

두 사람은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에 의해 종부세가 산정되는 것이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과세 조건을 규정하도록 한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재산세·양도소득세와 동일한 대상에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고, 다른 자산을 보유한 사람과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을 이유 없이 차별해 평등주의 위반이라는 논리도 폈다.

재판부는 "주택은 단순 투자자산이 아닌 주거안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산으로 주식 등 다른 자산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 종부세를 부과하는데 합리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두 사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의 이 같은 판단과 별개로 정부는 주택 수에 따라 징벌적으로 세금을 물리는 현행 종부세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종부세 과세체계를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주택자가 부담하는 종부세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각자 보유한 자산 규모에 따라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이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된 다주택자 중과세율이 오히려 과세 형평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다주택자는 현재 1주택자 기본세율인 0.6∼3.0%보다 높은 1.2∼6.0%의 중과세율로 세금을 낸다. 당초 종부세율은 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0.5∼2.0%였지만 문재인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을 계기로 2019년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이 도입됐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세율이 추가로 오르면서 다주택자 중과세율이 1주택자의 2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후 서울 강남구 등 고가주택 지역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몰려들기 시작했고, 일각에서는 담세 능력에 맞지 않게 세 부담이 왜곡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실제 서울에 수 십억원짜리 아파트 1채를 보유한 사람보다 수 억원대 아파트 2채를 보유한 사람이 더 높은 세율을 부담하게 된 것이다. 과세표준이 50억원 이하인 1주택자 세율은 1.6%에 그치지만 조정지역 내 2주택자는 과세표준 12억원 이하 구간에서 이미 세율이 2.2%까지 올라간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사실상 폐지하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기본세율 대상 주택 150%, 중과세율 대상 주택 300% 등 주택 수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세 부담 상한도 함께 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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