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보수는 외로워”
“젊은 보수는 외로워”
  • 강지연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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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이 투표장에 온다

-경쟁 강조 자본주의에 반감 갖고 좌파 지지. ‘광우병’ 겪고 난 뒤 속았다는 생각에 우파로

-자유한국당·남자 욕하면 재밌다고 깔깔. 이명박이 환경정책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면 ‘갑분싸’

-한국 여성들은 권리 찾고 싶어하지만, 선진국처럼 남성과 동등한 의무 찾으려 하지는 않는다

1992년생(만 27세) 남자. 소형호텔 호텔리어로 1년 동안 근무하다가 지금은 이직 준비 중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주재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중국국제학교에서 수학했고, 최종적으로 강남지역 고교와 수도권 소재 대학 사회계열 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거주지역은 삼성동. 편의상 F씨로 칭함.

나 :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이가요?

F : 초등학교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처음엔 좌파였어요. 좌파에 끌린 건 제가 원래 게으른 성향이라 그런 것 같아요. 경쟁을 강조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이 컸죠. 경쟁, 경쟁… 아직도 지겨워요.

나 : 자란 환경이 경쟁적이었나요?

F : 아버지 어머니 모두 서울에서 알 만한 대학 출신인데, 저는 그에 못 미치니까 그런 면도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나 : 좌파에서 보수로 전향한 계기는?

F : 광우병 사태 당시 아버지가 갑자기 쇠고기 먹으러 가자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쇠고기 절대 안 먹겠다고 버티다가 먹었어요. 그러고 나서 광우병 걸리면 어쩌나 찝찝했는데, 아무 일 없더라구요. 속았다는 생각 때문에 보수쪽 논리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대학 다닐 때부터는 확고한 보수가 됐죠.

나 : 아버지는 혹시 애국보수?

F : 삼성 임원을 지내셨으니까 아무래도. 아버지 정치성향보다는 할아버지가 이북 출생이신 게 큽니다. 집안이 전체적으로 애국보수예요.

나 : 첫 대선 투표는 누구에게?

F : 박근혜요. 보수로 전향한 뒤엔 여러모로 공부하다 보니 박정희 대통령을 완전 존경하게 됐어요. 특히 경제정책과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이요.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 첫 마디가 ‘전방은요?’였다는 얘기도 듣고, 외교안보적 역량이 높은 점이 좋았어요.

나 : 당시 젊은 사람이 왜 생각 없이 박근혜 찍느냐는 소리 안 들었나요?

F : 그런 얘기는 한 번도 못 들었어요. 그냥 넌 그렇냐는 정도의 반응이죠. 다른 사람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대놓고 왈가왈부하는 건 금기예요. 아예 정치 얘기 자체를 잘 안 하니까요. 그래서 더 외로운 것 같기도 해요.

나 : 탄핵에 대한 생각은?

F : 촛불집회에 나가진 않았지만 공감은 했어요. 저희 아버지는 ‘YS도 비선실세 3명(*누군지 모르겠음)이 다 주물렀다, 정치가 원래 그런 거다’ 라고 하시더라고요. 박근혜 비선실세는 우리가 혐오하는 강남 아줌마 스타일이니까 용서가 안 되더라구요. 사이비 종교 냄새도 나고.

나 : 최근 선거에서 바미당 찍은 이유는 탄핵 때문?

F : 그것보단 유승민이 좋아서요. 박근혜 대통령에게 실망해서 자유한국당에 등을 돌리게 됐고, 그 이후 나온 홍준표도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더라구요.

나 : 유승민은 배신자 아닌가요?

F : 저희 할머니 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제가 보기엔 배신자는 유승민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예요.

나 : 유승민은 사회적 기업 지원법을 발의하는 등 경제적으로는 사민주의자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는데…

F : 저는 보수주의자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 사회주의 공산주의도 망했지만 자본주의도 몰락해가는 추세잖아요. AI 시대가 도래하면 관련 일자리가 늘어날 거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 일자리 없어지는 게 눈이 보이잖아요. 사람들은 점점 더 노동도 못 하고, 돈도 못 벌고, 지금보다 훨씬 더 소외된 삶을 살 거예요. 새로운 제3의 경제이념이 필요할 것 같아요.

나 : 청년보수로 사는 건 어떤 기분이예요?

F : 대놓고 보수는 저 밖에 없으니까 아무래도 외롭죠. 사회계열 학과라 전공 교수님 중에는 페미니스트도 있어요. 자유한국당 욕하고 남자들 욕하면 애들이 재밌다고 깔깔거리고 그럴 때 씁쓸하죠. 공대 교수님이 이명박이 환경 정책을 잘하고 있다고 칭찬할 때 무반응인 것과 대조되는 거죠. 대놓고 반발하진 않지만 ‘갑분싸’ 있잖아요. 그밖에 레포트 쓸 때 저의 보수적인 생각을 쓰면 ‘편협하다’는 등 틀렸다는 반응이 나오니까 위축되구요.

나 : 구체적으로 레포트에 뭐라고 쓰니까 틀렸다고 하던가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F : 생각나는 건 페미 반대하는 내용이었는데… 여성부가 여성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게 아니라 여성 우월주의를 조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을 이끌고 싶은 여성 부르주아들이 모인 집단 같다, 한국 여성들은 권리는 찾고 싶어하지만, 선진국 여성들처럼 남성들과 동등한 의무를 찾으려 하지는 않는다… 뭐, 이런 거였죠.

나 : 자유한국당과 바미당의 차이점은 뭐라고 보세요?

F : 자한당은 극단적 보수처럼 보여요. 민주당과 늘 싸우기만 하고… 이명박근혜의 전신이라는 말에 동의해요. 유승민 같은 바미당 사람들이 내가 가진 이념과 성향과 가장 비슷한 것 같아요. 구 새누리당의 중도보수 성향 당원들과 호남권의 중도진보 당원들이 함께 모여서 지역통합과 이념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나 : 아직도 바미당 지지?

F : 그렇습니다.

나 : 지금 연애 중이신가요?

F : 살면서 2주 정도 빼곤 완전 모태쏠로예요. 심지어 그 유명한 여의도 쏠로대첩에도 참가했죠. 아는 여자애랑 같이 갔는데, 그 친구만 커플됐죠. 저랑 매칭된 여자분은 3살 연상이었는데 결혼상대 찾으러 온 거라고 시작도 하기 전에 집에 가 버리시더라구요.

나 : 키도 크고 얼굴도 준수한데다가 강남오빠인데 왜 모태쏠로?

F : (시무룩) 저도 그걸 모르겠어요. 피부가 안 좋아서 아닐까요? 아무래도 여자 애들은 얼굴 잘 생기고 말빨 좋은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나 : 피부 괜찮은데?

F : (해맑) 그런가요? 정치 얘기와 군대 얘기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 거 같아요. 그리고 반페미인 것도 영향이 있고.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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