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여명

타조는 천적이 나타났을 때 큰 몸뚱이를 숨길 수가 없어 자신의 머리를 땅에 박는다. ‘내가 적이 안 보이면 적도 내가 안 보이겠지’ 하는 안쓰러운 믿음에서다. 근래 문재인 정권이 밀고 있는 종전선언 추진은 꼭 그 짝이다.

최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종전선언 반대 발언에 대한 여권 반응이다. 이재명 후보는 "종전선언 반대는 친일을 넘어 반역행위"라며 과격한 논리를 폈다. 일본이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이유는 북핵 위협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과 일본인 납치문제의 미해결 때문이다. 청와대 박수현 소통수석은 14일 "윤 후보가 역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전 정의당 국회의원인 ‘안보전문가’ 김종대 교수 역시 15일 "윤 후보의 종전선언 반대는 예측 불가능한 미지의 불안한 세계로 가는 경거망동"이라고 했다. 석연찮은 말을 해야 하는 자들은 수사가 길어진다는 말이 떠오른다.

북한은 정전 이후 3천여 차례 군사도발을 했고 수백 차례 남북회담에서 한 약속을 어겼다. 작년 이후만 해도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남북 통신선을 끊었으며, 우리 공무원을 해상에서 사살한 후 소각했다. 무엇보다, 북한의 헌법 위 권능인 ‘노동당 규약’은 올 1월 ‘핵을 앞세워 무력 적화통일 하겠다.’를 적시했다. 최근의 역사조차 기억 못 하고 있는 쪽은 청와대가 아닌가.

종전선언은 다음과 같은 위험성을 갖고 있다. 첫째,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평화협정은 북한이 주한미군 해체와 연례 한미연합훈련의 영구 중단을 요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둘째, 종전선언은 동북아지역에서의 한미일 자유 동맹을 약화시켜 지역 안보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에 국가 대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에 북핵 해결 책임으로부터 발을 빼게 하는 명분을 제공해줄 수 있다.

겉으로는 화친하는 척하며 뒤로는 도발을 감행해온 것이 북한 대남 전략의 역사이다. 6.25전쟁 역시 북한이 화해 분위기를 조성한 직후 터졌다. 우리끼리만 평화선언을 하면 평화가 오는 것인가. 2018년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단행한 트럼프와 김정은의 깜짝 회담은 국민에게 ‘분단 위의 평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주며 보수 야당의 선거 참패로 귀결됐다. 이쯤 되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종전선언 추진이 내년 선거를 앞둔 문 정권의 마지막 남북평화쇼의 밑밥깔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러나 국민은 더이상 문 대통령과 그 곁에 포진하고 있는 한 줌 위장평화 세력에 속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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