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끼 작가의 웹툰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에 기반한 향수 제작 클라우드 펀딩이 한달 만에 당초 목표액(100만 원)의 4600% 이상을 초과 달성했다. 웹툰·웹소설이 한번 보고 마는 심심풀이를 넘어, 다양한 경제효과를 내는 문화·경제 컨텐츠가 되고 있다.
웹툰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이혜 작가) 굿즈 다이어리 출시(15일 오후 3시)가 임박한 시점에 나온 알림 광고.
웹툰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이혜 작가) 굿즈 다이어리 출시(15일 오후 3시)가 임박한 시점에 나온 알림 광고.

웹툰이나 웹소설을 흔히 ‘스낵컬처’라 한다. 단시간 내 심심풀이 간식먹듯 가볍게 즐기는 오락으로 통한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다르다. 한 번 보고 마는 게 아니라, ‘팬심’을 담아 굿즈(관련 상품)나 오디오 콘텐츠 등으로 간직하려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명 웹툰·웹소설을 중심으로, 소장본이나 굿즈 제작 클라우드 펀딩에 억대의 모금이 이뤄진다.

대표적 사례가 네이버 무협 웹소설 ‘화산귀환’ 단행본 클라우드 펀딩이다. 해당 부문 1위, 누적 조회 수 3억7000만의 이 작품이 지난달 29일 펀딩을 시작할 때 목표는 4천만 원, 그런데 단 하루 만에 목표치의 1100%인 4억 원 이상을 모았다. 이달 13일(14시 기준)까지 총 1만4893 명으로부터 약 8억2000만 원이 모였다.

웹툰 ‘집이 없어’(와난 작가)도 오디오웹툰 제작에 목표액의 200%인 1억6000만 원 펀딩에 성공했다. 오디오웹툰이란 원작 웹툰을 영상(그림) 형식으로 만들어 성우 목소리의 대사를 입힌 것이다. 웹툰과 오디오 드라마의 결합이며,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새로운 장르다.

1인당 최소 8만6000 원은 내야 기본형 A세트(오디오웹툰 본편+모닝콜 등 보이스 알림팩+현장스케치 등)를 받을 수 있는데, 약 1500명이 기꺼이 참여했다. 앞서 웹툰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역시 오디오웹툰 시즌1·2에 각각 8억3000만·6억1000만 원, 3차례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된 ‘가담항설’또한 시즌마다 2억2000∼5억9000만 원을 모았다.

작품 소장에 그치지 않고 관련 상품인 굿즈에도 돈이 몰린다. 5월 순끼 작가의 웹툰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을 바탕으로 주인공 철이·미애의 풋사랑을 담은 향수 제작 펀딩이 진행됐는데, 단 한달동안 당초 목표 100만 원의 4만6178%인 총 4억6000만 원 이상을 모금했다.

성공사례에 힘입어 웹툰·웹소설의 클라우드펀딩이 계속 이어진다. 제작사 와이랩은 웹툰 ‘테러대부활’에 바탕한 보드게임 제작 펀딩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웹툰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이 14일 오디오 웹툰 제작 펀딩에 나섰고,15일 네이버 웹툰 ‘이번 생도 잘 부탁해’가 다이어리로 제작된다.

클라우드 펀딩이란 제작기획 단계에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소액씩 투자받는 것을 말한다. 일정 금액이 모여야 제작에 들어갈 수 있다. 오래 기다려야 하고, 돈을 내더라도 기한 내 목표액을 못 채우면 프로젝트가 중도 하차하기도 한다. 따라서 ‘응원’ ‘팬심’이 절대적인 동력이다.

웹툰·웹소설의 팬덤이 두터워져, 유명 작품·작가 중심으로 클라우드 펀딩에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아졌다. "작품을 통해 이미 구축된 팬덤 위에 ‘한정판 아이템’이란 점이 구매 심리 및 소장 욕구를 자극하면서 웹툰·웹소설 콘텐츠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으로 부상 중"이라고 노승연 네이버웹툰 글로벌 IP 사업실장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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