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책서 24년 수산업 경험 탈북민 증언

"그들이 타고 온 선박은 19명이 절대 탈 수 없는 크기"
3~4일 오징어 조업에 19명 승선?...사례도 없고 “불가”
강릉시 ‘통일안보공원’ 전시 유사 선박 올 초 돌연 폐기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가 주장한 동료선원 16명 살해도 조작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2019년 11월 2일 공해상에서 나포된 탈북어민 두 명이 탔던 오징어잡이 배의 경우 최대 6명 선원이 어로작업할 수 있는 크기의 배로 드러났다.

본지 취재를 종합해보면, 해당 어선은 길이 15m, 너비 2.3m, 높이 1.65m로 배수량 최대 5톤 안팎의 선박으로 추정된다. 당 추정은 북한 강원도 원산 지역과 함경북도 청진, 김책 지역에서 5년 이상 오징어 잡이 배를 타온 탈북민 출신 어민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북한 어선의 규격과 분류 기준을 근거로 한 것이다.

분석 자료로 역설계한 어선 형상도를 보면, 선원실 길이는 3m, 너비는 2.3m, 높이는 1m 다. 여기서 묵을 수 있는 인원은 최대 4명으로 어창을 제외, 조타실 최대 2명까지 합해도 모두 6명으로 집계된다. 앞쪽 부분은 선원실 크기의 어창이 있다. 조타실 뒤로는 엔진룸이 있고, 어선 크기로 추정해봤을 때 엔진은 12마력 정도로 분석된다.

평양 형제산구역에 위치한 조선인민군 무력부 소속 후방부대에서 5년간 수산업을 책임져온 장교출신 탈북민 A씨는 "오징어잡이 배는 어로작업을 위해 먼바다에서 최소 3~4일 정도 머물다가 들어오므로 19명의 인원이 숙식을 하기 위해서는 사진에 나오는 배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에 나오는 배는 철선이 아닌 목선으로, 당시 국정원이 밝힌 17톤은 정확한 정보가 아니다"며 "통일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2마력으로 중국산 엔진이며, 22마력으로 17톤을 움직이긴 어려워, 대부분 4~5톤 선박에 쓴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김책시 수산사업소에서 24년간 수산업을 해온 탈북민 B씨는 "북한은 남한과 다르게 어선을 톤이 아닌 마력으로 분류한다"면서 "해당 선박을 17톤으로 발표한 국정원의 자료는 치밀하지도 못했고, 잘못된 정보다"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북한에서 어선은 일반적으로 4.4마력 원동기, 7마력 금강엔진, 8마력 충성호 엔진, 28마력 트랙터엔진으로 분류되며 해당 마력수에 따라 크기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북어민 두 명이 타고 온 배는 22마력으로 해당 엔진은 북한이 1997년 ‘고난의 행군’ 이후 중국에서 들어온 엔진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가 발표한 22마력 엔진은 4~5톤 배에 달수 있는 엔진으로, 사진에 나오는 배 또한 4~5톤으로 추정할 수 있다. 

청진시 시당(시청)에서 수산업 담당 관리를 해온 C씨는 "해당 어선을 우리(한국) 기준으로 봤을 때 4톤 정도 ‘채낚기’ 오징어 잡이 배로 선실엔 난로와 식기류가 있어 두명 정도 잠자리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던 16명 살해는 있을 수 없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최근까지 16명의 동료를 차례로 불러 살해할 만큼 배가 컸다고 주장했다. 19명의 인원이 동시에 잠을 잘 수 있는 배라고 본다면 해당 어선은 최소 35톤 가까이 되는 배여야 가능하다는 증언이다. 따라서 당시 탈북어민 북송사건 관련 문재인 정부가 밝힌 모든 정보는 조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국정원의 신속한 증거 인멸에도 의심스러운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11월 2일 해군에 의해 동해항으로 들어온 배는 다음날 합동조사팀 조사 당일 증거 채집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국정원의 주문하에 의해 소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의 경중을 놓고 봤을 때 증거 보전이 아닌 증거 인멸을 택했다는 것은 분명히 감추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다는 관측이다.

문재인 정권의 증거인멸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는 관측은 국내 전시된 북한 어선이 윤석열정부로 정권교체되기 직전 모두 폐기처분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올해 초까지 강릉시 ‘통일공원’에는 안보교육을 목적으로  탈북민들이 타고온 북한 어선들이 전시돼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폐기처분된 상황이다.

이곳에는 2019년 11월 2일 탈북어민 두 명이 타고 온 배와 유사한 크기의 배가 전시돼 실제 크기를 견줄 수 있었지만 최근 사라졌다. 통일공원 측은 "강릉시가 지난해 말 모두 폐기처분 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올해 초 폐기처분 했다"고 밝혔다.

2019년 11월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고 있다. 이 목선은 귀순하려한 북한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됐다. /연합
2019년 11월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고 있다. 이 목선은 귀순하려한 북한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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