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사우디 왕세자가 15일(현지시간) 제다의 알 살만궁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UPI=연합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사우디 왕세자가 15일(현지시간) 제다의 알 살만궁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UPI=연합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출국 후 "원유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산유국들의 추가 증산 요청을 목표로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을 방문했지만, 사우디는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가 포함된 OPEC+를 선택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가 증산과 관련,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시장 상황을 평가해 적절한 생산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증산 여력이 있는 산유국으로 꼽혀왔다.

정상회의에서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물가폭등 원인을 서방 주도의 친환경 정책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비현실적인 에너지 정책이 에너지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 실업률을 높이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이어 "사우디는 이미 최대 생산 능력치인 하루 1300만 배럴까지 증산계획을 발표했으며, 이 이상의 추가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토대로 이란의 위협에 공동대응하는 연합 방공망 구축을 추진했지만, 이스라엘과 사우디 관계 정상화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스라엘과 ‘연합 방위’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파르한 외무장관이 전했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회담은 교착 상태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잘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받은 무함마드 왕세자로부터 미국 인권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카슈끄지 문제를 언급하자, 왕세자는 자신의 책임을 부인했다. "책임 있는 인사들에 대해 조치를 취했다"며, 미군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포로 학대 사건과 팔레스타인계 미국 언론인인 시린 아부 아클레 기자 피격 사건을 거론하는 등 역공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따돌림’을 선고받았던 무함마드 왕세자로선 국제적 고립을 떨치고 외교무대로 다시 나아갈 기회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순방에서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대해 중국도 한 마디 하고 나섰다. "미국과 서방은 오랜 악습을 고쳐야 한다", "걸핏하면 중동 일에 간섭하고 자신들 기준으로 이 지역을 개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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