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취약 차주 보호 총력전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연합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연합

가계대출 금리가 7%로 오르면 소득의 70%를 빚 갚는데 써야 할 차주가 19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의 90%를 빚 갚는데 쓰는 차주도 1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대출 원리금을 내고 나면 최저생계비나 조세·준조세도 부담하기 어려운 차주로 평가된다. 특히 2금융권은 이 같은 한계 차주의 비중이 10%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저생계비는 최저생활이라고 생각되는 수준의 삶을 살기 위해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다. 최저생계비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표하는데, 부양가족 수가 많을 수록 함께 늘어난다. 올해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58만3444원, 2인 가구는 97만8026원이다. 3인 가구와 4인 가구는 각각 125만8410원, 153만6324원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취약 차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중금리 대출의 금리 상한 기준을 현실화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시장금리가 뛰고, 이는 곧바로 가계대출 금리의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약 12년 만에 6%를 넘어섰다. 지난 1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연 4.010∼6.208% 수준이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물론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음달 중순 적용될 7월 코픽스(COFIX)부터 빅스텝의 충격이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연말께 가계대출 금리가 8%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14년 만이다.

무엇보다 가계대출 금리가 7%만 되도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빼면 원리금도 못 갚는 차주가 속출하고, 소득의 90%를 빚 갚는데 써야 할 다중채무자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1616조2000억원에 달하며, 평균 대출금리는 3.9%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계대출 금리가 3%포인트 오르면 대출자 1646만명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를 넘는 경우가 19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기존 140만명에서 50만명 늘어나는 것이며, 이들의 부채 금액은 357조5000억원에서 480조4000억원으로 122조9000억원이나 증가하게 된다.

DSR은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대출 원금과 이자가 연소득과 비교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한 수치다. DSR이 70%를 초과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제외했을 때 대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차주로 분류된다. 채무불이행의 위기에 몰리는 것이다.

연소득에서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만 차감해도 대출 원리금을 못 갚는 대출자를 의미하는 DSR 90% 초과 차주는 가계대출 금리가 3%포인트 상승하면 90만명에서120만명으로 30만명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부채 금액은 254조원에서 336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DSR 90% 초과 차주 비중은 2금융권이 8.4%에서 10.3%, 자영업자는 10.2%에서 13%로 각각 늘게 된다. 특히 다중채무자 중 DSR 90% 초과 차주의 비중은 8.7%에서 12%로 급증하게 된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중금리 대출의 금리 상한 기준을 합리화하는 내용의 상호금융업·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의 일부 변경을 예고했다. 이는 금리가 급등하는 가운데 고금리로 대출을 이용하는 중·저신용자가 보다 낮은 중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중금리 대출의 금리 상한 기준을 합리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상호금융의 경우 중금리 대출의 금리 상한이 8.5%에서 10.5%로 상향 조정된다. 여신전문금융업은 신용카드의 경우 중금리 대출의 금리 상한을 11%에서 13%, 신용카드 외 사업자는 14%에서 15.5%로 설정할 예정이다. 저축은행은 16%에서 17.5%로 오르게 된다.

아울러 금리인하 요구권 활성화를 위해 다음달부터 금융사별 운영 실적을 비교 공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한 금융소비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확대하고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매달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공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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