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당 대표에 출마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이 의원의 아킬레스건인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와 ‘성남 FC 불법 후원금’을 거론하며 여권의 공세로 민주당의 미래가 위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민주당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는 의원이 당권을 장악할 경우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쥐고 대대적인 ‘공천 학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으며 ‘반명(반이재명)’ 단일화를 서두르고 나섰다.

당 대표에 출마한 설훈 의원은 18일 CBS 라디오에서 이 의원을 겨냥해 정치적 리스크가 상당한 상황에서 당 대표 출마는 민주당의 미래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 의원은 "대장동을 보더라도 지금 구속돼 있는 사람들이 다 자신이 아주 측근 중의 측근들이었다"며 "성남FC 후원금 문제는 누가 보더라도 심각하겠다고 하고, 변호사비 대납 문제는 이 의원 재산 상태와 변호사 비용이 들었을 거라고 보여지는 비용하고 아귀가 안 맞기 때문에 누가 대납했을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인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2024년 총선 공천권을 두고도 이 의원의 당권 장악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는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분열이 일어난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라며 "그 분열이 심화할 것인데 총선을 어떻게 치르느냐. 총선에 실패하게 되면 대통령 선거도 실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천 학살’은 없다고 했지만) 결과는 그렇게 안 나올 가능성이 매우 강하다"며 "이 의원을 지지하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이 주장하는 걸 보면 ‘수박’(겉은 민주당·속은 국민의힘)들은 다 박살 내야 한다는 시각으로, 계파 공천을 넘어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배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당내 의원들 사이의 반명 기류를 관통하는 의제는 공천과 사법 리스크다. 설 의원은 "정치 공학적으로 볼 때 집권여당의 입장에서는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게 참 좋을 것이다. 바둑에서의 꽃놀이패"라며 "우리 당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상황에서 계속 끌려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원욱 의원도 18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을 막기 위해서는 컷오프 이전 반명 단일화를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비경선 이전에 단일화를 선언을 하고 누가 되든지 간에 거기에서 단일 후보로 된 사람들을 열심히 밀어주자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97세대 양박양강’(박용진 박주민 강훈식 강병원), 설훈, 김민석, 이동학 등 후보들 사이에서 컷오프 이전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 의원은 "지금 제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아주 많은 당권 후보들이 대부분 예비경선(컷오프) 이전에 단일화를 선언하겠다고 한다"며 "만일 이재명과 다른 후보와 일대일 구도로 당대표 선거가 이뤄지면 ‘어재명’이 ‘어차피 이재명’이 아니고 ‘어쩌면 이재명’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야말로 비명 대 친명의 한판 승부가 될 것 같다"는 사회자의 지적에 이 의원은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3선인 이 의원은 민주당 중진 의원 중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지난달 2일 자신의 SNS에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며 당의 6·1 지방선거 대패 속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의원을 비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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